제47화
한미애의 분노 앞에서도 이모연은 조금도 두려움 없이 나를 한 번 휙 쳐다봤다.
“당연히 네 잘난 며느리지. 임산부 앞에서 저주를 퍼붓다니, 마음씨가 어쩜 이렇게 악랄해. 어떤 집에 어떤 며느리가 들어간더니 딱 맞는 말이네.”
한미애는 입술을 떨며 화를 참지 못했다. 평소 우아한 태도 따윈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없어 보였다.
“이모연, 그게 무슨 뜻이야?”
이모연은 두 손을 허리에 얹고 마치 막무가내인 듯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무슨 뜻이냐고? 네가 잘 알잖아. 너, 10년 전 내 아이가 어떻게 유산됐는지 사람들 앞에서 떳떳이 말할 수 있어?”
나는 눈꺼풀이 움찔했다.
왠지 오래전부터 돌던 박씨 가문의 은밀한 소문이 떠올랐다.
10년 전, 이모연은 장남 박호진의 재능이 평범하다는 걸 알고 둘째를 낳으려 했다.
부부는 이미 40대 중반이었지만 미래의 부와 영광을 위해 해외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았다.
수많은 고생 끝에 기쁨도 잠시, 임신 6개월 만에 갑자기 유산하고 말았다.
그 시기, 박지한이 할아버지 곁에서 가문 경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이모연이 한미애 때문에 유산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속으로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지금까지 박지한 관련 루머도 다 거짓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모연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큰 소리로 그 사건을 낱낱이 고백했다.
“네가 내게 건넨 그 차를 마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계속 복통이 멈추겠어? 어떻게 유산이 되겠어? 그건 이미 자란 아이였다고... 한미애, 너도 참.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주변 사람들 모두 어느 정도는 들은 이야기였지만 지금껏 그저 루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모연의 말 한마디에 그 소문은 현실이 됐고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한미애에게 쏠렸다.
“난 그저 소문인 줄만 알았는데 진짜였구나. 이런 사람과 친구라니, 정말 무섭다.”
“세상에, 미애 씨 정말 잔인하다. 자기 조카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아이러니하다. 자선사업 열심히 하는 것 다 쇼였구나.”
한미애 얼굴은 하얗다가 붉다가 반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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