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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운전기사는 새벽부터 공항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와 박지한이 모습을 드러내자 반갑게 다가왔다. 차에 올라탔지만 내 시선은 계속 창밖에 머물렀다. 어딘가 축제라도 하는 듯 거리 곳곳이 떠들썩했고 현지 사람들은 들뜬 얼굴로 길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펑펑 터지는 폭죽 소리, 불꽃놀이, 하늘 가득히 흩날리는 형형색색의 포일 조각들. 나는 창문을 내려 손을 내밀었고 작은 조각 하나가 내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 “여기 무슨 축제에요? 완전 시끌벅적하네요.” 화국 출신이라는 운전기사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오늘은 현지인들이 믿는 여신의 생일입니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축제죠. 며칠간 이어지는 축제 기간이라 도시 전체가 들떠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그때, 운전기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보신 불꽃놀이는 출산을 관장하는 여신을 기리는 거였어요. 손에 그 조각을 받으셨다면 곧 좋은 일이 찾아온다는 뜻입니다.” 그 말에 나는 얼굴이 순간 화끈해졌고 옆자리에 앉은 박지한이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이 여신님께 잘 부탁드려야겠네.” 나는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우리 여기서 머무는 거 아니었어? 벌써 도시를 벗어난 것 같은데?” 그는 날 조심스레 안으며 대답했다. “여기 아니야. 우리 갈 데 따로 있어.” 운전기사는 우리를 항구까지 데려다주었고 박지한은 짐을 건네받아 곧장 모터보트에 올라탔다. “올라와.”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의 품에 안겨 보트 위로 올라탔다. “설마... 보트 위에서 자게 하려는 건 아니지?” 박지한은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쉿. 비밀이야. 곧 알게 될 거야.” 모터보트는 순식간에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점점 시야 앞에 작은 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고요한 섬이었다. 거세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나는 큰 소리로 물었다. “오빠! 저 섬이 우리가 가는 데야?” 박지한도 소리쳤다. “맞아! 이 섬, 네 신혼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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