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나는 할머니의 입에서 나연이라는 이름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심장이 철렁하며 얼굴이 다 굳어버렸다.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정체가 들킬 위기에 처해버렸다.
나는 애꿎은 옷을 꽉 말아쥐며 뻣뻣하게 굳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 마침 나를 보고 있던 박지한의 아버지와 눈이 딱 마주쳐버렸다.
설마 들킨 건가?
그때 박지한의 어머니인 한미애가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의 팔을 살포시 잡았다.
“어머님, 얘는 시연이에요. 어제도 보셨으면서. 기억 안 나세요?”
나는 그 말에 식은땀을 닦으며 할머니 곁으로 다가갔다.
“할머니, 저 시연이잖아요. 어릴 때 자주 놀러 왔었는데 잊으셨어요?”
어릴 때 자주 놀러 왔었다는 건 사실이었다.
할아버지들끼리 친구라 어릴 적 나와 온시연은 거의 매일 같이 이 집으로 드나들었다.
당시의 박지한은 나 못지않은 말썽꾸러기였기에 항상 우리를 데리고 할머니가 정성스럽게 키운 꽃을 꺾는다든지 할아버지가 아끼던 동상을 깨 먹는다든지 하는 한 소리 들을 만한 행동들을 일삼았다.
온시연은 처음에는 같이 하려는 듯 따라다니다가도 금세 싫증을 느끼며 다시 어른들 곁으로 다가가 얌전히 앉아있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박씨 가문의 어른들은 그때부터 말괄량이 같은 나보다는 온시연을 더 좋아했었다. 특히 박지한의 엄마는 우리 엄마에게 온시연을 자기 아들과 결혼시키는 건 어떠냐는 말을 거의 입에 달고 살았다.
온시연은 어른들이 나중에 커서 박지한과 결혼할 거냐 물을 때면 매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고 박지한도 쑥스러워하며 금세 거실로 뛰어갔다.
나는 박지한이 온시연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어릴 때부터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가끔 온시연이 피아노 레슨 때문에 오지 못할 때면 항상 온시연을 위해 따로 맛있는 것들을 남겨두었으니까.
그런데 계속될 것 같았던 왕래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가 사업을 물려받은 후로 점점 줄어들며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서로의 집을 드나들지 않게 되었다.
아버지들끼리 썩 좋지 않은 관계가 되어버린 게 문제였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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