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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전 그 사람 안 좋아해요. 할머니가 오해하신 거예요.” 할머니 말에 잠시 멈칫하던 나는 이내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대뜸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가씨, 가서 거울 한 번 봐봐. 눈에 웃음이 가득하잖아. 그런 눈빛이면 우리 때는 다 사랑이라고 그랬어.” 박지한같이 무뚝뚝한 사람을 좋아하다니, 나는 저도 모르게 내 얼굴을 만져보았다. 설령 마음이 동한다 해도 그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갑자기 나빠진 내 안색을 걱정하고 있을 때 전화벨 소리가 울려왔다. 할머니의 집에서 나온 뒤 전화를 받아보니 엄마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연아, 의사가 그러는데 네 언니 이제 퇴원해도 된대. 저녁에 집에 한 번 와. 가족끼리 식사라고 해야지.” 온시연한테 좋은 감정은 없었지만 드디어 약을 끊었다는 말에 나도 기쁘긴 해서 박지한에게 연락을 남긴 뒤 나는 바로 온 씨 집안으로 향했다. 집이 이렇게 시끌벅적한 건 온시연이 결혼 전에 도망간 뒤로는 처음이었다. 엄마는 주방에서 아주머니와 함께 요리를 준비 중이셨고 온시연은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마약의 독성이 세긴 센지 온시연은 2주 만에 마른 나뭇가지처럼 홀쭉해져서 한 열 살은 늙어 보였다. 내가 들어오는 걸 본 아빠는 들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왔어?” 고개를 끄덕인 내가 오랜만에 온시연을 걱정해보았지만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날 힐끔 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졌어?” “안 죽으니까 걱정 마.” “네 언니가 죽을 고비 넘기면서 많이 예민해져서 그래. 네가 이해 좀 해.” 아빠가 나서지 않아도 난 원래 대꾸할 생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웠으니까. “나연이 왔어? 얼른 손 씻고 밥 먹을 준비해.” 주방에서 나온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아주머니에게 음식을 내오라는 지시를 했다. 한 달 만에 가지는 가족 식사 자리였지만 온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국물만 마시는 탓에 평소에 활달했던 나도 자연스레 입을 다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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