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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이민준의 말을 듣고 이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많이 지쳐 보였고 체념한 듯한 눈빛을 드러냈다. “오빠가 얼마나 난처했을지 알아. 나는 한 번도 오빠를 원망한 적 없어. 그리고 이미 이렇게 되버린 이상 후회해도 아무 소용 없잖아. 나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야. 아직 너무 어리고 다시 시작할 기회도 충분해.” 억지로라도 웃어 보이려는 동생의 모습에 이민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우리 소희한테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거야. 그놈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고.” 그 후 며칠 동안 이소희는 병원에서 몸을 추스르며 지냈고 그 사이 회진을 돌던 간호사들의 입을 통해 이런저런 소문을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다. “위층 VIP 병실을 통째로 빌린 사람이 유성 그룹의 대표님이라던데요? 역시 씀씀이가 다르다 했어요. 거기 입원해 있는 분이 약혼녀라면서요? 하루 종일 곁을 떠나질 않더라고요. 직접 물을 떠다 주고, 죽을 먹여주고, 선물까지 사다 주면서 기분을 풀어주던데요.” “들어보니까 혼전임신이라 아이도 있대요. 며칠 뒤에 결혼식을 올리는데 웨딩드레스랑 반지에만 몇백억을 쏟아부었다고 하더라고요. 전 세계 생중계로 결혼식을 올릴 거라는데 여자 쪽 체면을 제대로 세워주네요. 정말 사랑하나 봐요.” 부러움이 가득 섞인 그 말들을 들으며 이소희는 그날 클럽 룸 앞에서 우연히 엿들었던 그날의 대화가 떠올라 천천히 눈을 감았다. 유지훈이 결혼식을 이렇게까지 성대하게 준비하는 걸 보니 최가인이 그의 고백을 받아들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수년을 기다리고 온갖 계산과 연출을 거쳐 이 연극을 완성한 끝에 그는 마침내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은 셈이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귀찮아하던, 끈질기게 달라붙던 존재도 이 결혼식이 끝나면 완전히 사라질 터였다. 다시는 그의 인생에 등장하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유지훈에게는 일거양득의 경사였고 이 정도면 성대하게 축하할 만도 했다. 그렇게 이소희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정신을 차리고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그녀는 멈칫하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소희야, 네가 입원했다는 얘기를 들었어. 몸은 좀 괜찮아졌어?” 이민준의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안부를 묻는 말이 길게 이어지더니 이소희도 그가 빙빙 돌려 말하는 데에 뭔가 있다는 걸 눈치챘고 그제야 그가 본론을 꺼냈다. “민준이랑 지훈이가 크게 싸웠다면서? 요즘 걔네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대. 이번엔 또 무슨 일이래? 우리끼리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더라고. 너는 혹시 이유를 알고 있어?” 이소희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최대한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상대방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십수 년을 함께한 형제 같은 사이인데 이런 오해로 사이가 갈라지는 건 너무 아깝잖아. 소희야,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오늘 저녁에 우리가 자리를 만들 건데 네가 네 오빠를 좀 불러와 줘. 다 같이 얼굴 보고 오해 풀면 해결될 거야.” 이소희는 이민준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게 가족과 생사를 함께한 친구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도 자신 때문에 오빠가 그들과 멀어지는 건 원치 않았다. 그래서 잠시 망설인 끝에 그녀는 그 사람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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