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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이름이 뭐야

룸 안으로 들어오고부터 지금까지 강지연은 벌써 10분 동안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 앉아 있는 남자의 이름은 진우현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민해윤은 강지연에게 큰 권력을 쥔 남자일수록 눈이 높다고 했다. 진우현처럼 엄청난 권력가라면 절세미인이 와도 그의 마음을 훔치기 어려울 듯했다. 게다가 강지연은 절세미인도 아니고 엄청나게 예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민해윤의 말에 따르면 강지연은 언뜻 보면 청순한데 자세히 보면 묘하게 관능적이라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상이라고 한다. 70평 넘는 이 룸 안에는 남녀 수십 명이 있었고 강지연과 함께 이곳에 온 일행들은 이미 곁에 있는 남자들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거나, 남자와 같이 술을 마시거나, 희롱을 당하고 있었다. 강지연은 겉옷을 벗은 뒤로 줄곧 진우현의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이따금 곁눈질로 몰래 진우현을 훔쳐봤다. 진우현은 어깨가 넓고 체구가 큰 편이라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데도 키와 몸매가 아주 우월하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진우현은 위아래 모두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셔츠 소매를 몇 번 접어 올려 매끈한 피부와 팔뚝의 도드라진 핏줄, 탄탄한 근육이 보였다. 진우현은 두 팔꿈치를 무릎 위에 올린 채로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쥐고서 뭔가를 보고 있었다. 강지연은 저도 모르게 그를 힐끔댔다. 진우현은 주식을 보고 있었다. 그의 화면은 온통 녹색이었고 손실액은 수십억이었다. 금융학을 전공한 강지연은 용기를 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도 오늘 손해 많이 봤어요. 저도 우현 씨도 오늘은 재물운이 좋지 않나 봐요.” 진우현은 그제야 강지연의 존재를 인지한 듯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한기에 강지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우현의 깊은 호수 같은 눈동자는 그녀의 얼굴을 몇 초간 바라보다가 그녀의 턱 아래를 쓱 훑어보았다. 강지연은 얼굴이 살짝 화끈거렸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얼마나 손해 봤는데?” 진우현은 시선을 거두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지연이 대답했다. “20만 원 정도요.” 진우현의 입꼬리가 살짝 움직였다. 조롱의 미소였지만 그마저도 차가운 그의 얼굴에 약간의 온기를 더했다. 강지연은 그제야 긴장을 조금 풀었다. “사실은 모의투자 계좌로 했거든요. 다행히 돈이 얼마 없었죠.” 진우현은 멈칫하더니 이내 휴대전화 화면을 끄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테이블 위에 휴대전화를 던졌다. 탁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 보니 진우현의 표정이 다시 차가워져 있었다. “지금 나 일부러 약 올리는 거야?” 진우현은 이를 악물며 일부러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그러나 사실 진짜 화가 난 건 아니었다. 강지연은 자신이 진우현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는 걸 직감했다. 그녀는 몸을 움직여 그와 거리를 살짝 벌리면서 긴장한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요. 진짜예요. 믿기지 않으면 제가 보여드릴게요.” 강지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허리를 숙이며 소파 위에 놓여 있던 겉옷을 집었다. 오늘 강지연은 위에는 짧은 흰색 셔츠를, 아래는 딱 달라붙는 짧은 청바지를 입었다. 그녀가 등을 돌리는 순간, 허리에서 골반까지 이어지는 매끈한 곡선과 청바지에 감싸인 탄력 있는 힙이 진우현의 시야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강지연은 일부러 몇 초 더 시간을 끈 뒤 휴대전화를 켰고 그러고 나서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강지연은 진지한 얼굴로 진우현에게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달뜬 숨이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너 이름이 뭐야?” 강지연은 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그녀는 진우현을 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몰래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진우현이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강지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강지연의 목소리에서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강지연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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