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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함정에 빠지다

전화를 끊은 후, 강지연은 아파트 안에 있는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겨울바람이 볼을 스칠 때마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노란 가로등이 길을 비추었고 오후에 내린 눈 위에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뭇사람들은 추위에 덜덜 떨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강지연은 손과 발이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건 공허한 마음이었다. 그녀는 끝없이 펼쳐진 빙판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계속 앞으로 걸어가야만 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헤매다가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강지연은 몸을 웅크리고 두 눈을 감았다. 이대로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시끄러운 휴대폰 벨 소리가 그녀를 깨웠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휴대폰 화면을 쳐다보았다. 연주형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강지연은 심호흡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연 대표님, 무슨 일로 연락한 거야?” “준비하고 당구실에 와.” 강지연은 그의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연주형은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지금 진 대표랑 같이 있어. 나중에 내가 도와주지 않았다고 투덜대지 말고 빨리 오란 말이야.” 그녀는 밖에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지 반응이 느렸다. 진우현은 강지연을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연주형은 진우현 몰래 강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연주형이 왜 도와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를 도와주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해. 연주형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연주형은 그녀를 재촉했다. “빨리 와. 늦으면 아마 후회하게 될 거야.” 강지연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주형 씨, 주소를 보내줘.” 20분 뒤, 택시가 룸살롱 건물 앞에서 멈춰 섰다. 그녀는 하루에 두 번이나 들른 적도 있었다. 입구 쪽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이 강지연을 데리고 들어갔다. 당구실 문 앞에 선 강지연은 얼마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고 가슴이 답답했다. 경호원이 문을 열자 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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