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오랜만이었다.
몇 년 만에 다시 마주한 고백현은 놀랍게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차 문에 느긋하게 기대 선 그는 성나정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성나정의 상한 몰골을 확인한 뒤 비웃음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성나정.”
그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2년 만에 보는데 스스로를 아주 기막히게 망가뜨렸네? 예전엔 억울하면 이를 갈면서 되갚아주던 성나정이 지금은 사람들한테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
말은 그렇게 해도 그의 눈빛은 깁스를 하고 있는 성나정의 다리에 멈췄다.
그럼에도 성나정은 예전처럼 불끈 반박하지 않고 그저 옅은 미소만 지었다.
“백현아, 고마워.”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손을 내밀어준 것, 모두가 등을 돌릴 때 조건 없이 곁에 서준 것, 그 모든 것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
그 한마디에 고백현의 표정은 살짝 굳어버렸지만 당황한 듯 괜히 팔을 한번 털어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너는 원래대로 날 보면 으르렁거리고 욕해야 제맛이거든.”
그는 장난기를 걷어내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지금 넌 너답지 않아.”
그 말 한마디가 성나정의 심장 한가운데로 스며들었다.
코끝이 시큰해진 그녀는 자시 감정을 숨기려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곧, 고백현이 진지하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하자. 나랑 같이 가겠다는 건, 유씨 가문이랑 맺어놓은 정략혼을 완전히 깨고 너랑 나, 단 둘이 같이 가겠다는 뜻 맞지? 그리고 결혼식장 한 번 들어가면 넌 바로 내 아내가 되는 거야. 지금이라도 후회하면 가도 돼. 결혼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지금 너 상태가 너무 엉망이라 도와주고 싶은 거니까.”
성나정은 그 말에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눈빛엔 흔들림 하나 없었다.
“후회 안 해.”
아버지를 그곳에서 꺼낼 수 있다면 그녀는 뭐든 할 수 있었다.
이미 가문은 무너졌기에 남은 단 한 사람마저 잃을 수 없었다.
고백현은 가만히 성나정을 바라보다가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는 차 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이제 가자. 결혼하러.”
하지만 성나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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