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목정침의 눈빛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까 내가 잘못 본 건가?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그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느껴지자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저 괜찮아요…학교에 오실 줄은 몰랐어요. 폐 끼쳐서 죄송해요." 폐? 그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나한테 끼치는 건 싫고, 남한테는 괜찮아? 온연, 왜 그렇게 남들 앞에서 처량한 척 하는건데? 나한테 말해주면 어디가 덧나?" 목정침이 또 화가 났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좀 흐른 뒤, 얼마 남지 않은 링거액을 본 목정침은 간호사를 불러 그녀 손 목의 주사바늘을 뺐다. 그는 온연을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차갑게 말했다. "이제 가자." 온연은 덮고 있던 이불을 치우며 황급히 일어섰다. 주사바늘을 꽂았던 곳 주위가 파랗게 멍이 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목정침은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던졌다. 그러고는 반쯤 주저앉아 그녀의 흰색 스니커즈를 신속히 신겨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그의 행동이 조금 거칠었다. 온연은 자신의 손에 있는 그의 외투와 자신의 그가 신겨준 신발을 번갈아 보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 사람이 진짜 목정침이 맞나? 다정하진 않았지만 그가 그녀를 이렇게 대해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가 가슴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일렁거렸다… 그녀가 따라 나갔을 때 목정침 멀리 가지 않고 복도 끝에 서있었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져서야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은 앞뒤로 번갈아 서서 병원을 떠났다. 차 앞으로 걸어간 그는 운전석에 앉았다. 그녀가 뒷좌석의 문을 여는 순간 그가 말했다. "앞에 앉아." 온연은 망설이다 조수석에 올라탔다. 안전벨트를 매는 순간 목정침이 페달을 밟았다. 심장이 튀어나올 만큼 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는 누군가를 죽일 듯한 눈으로 앞을 주시하고 있었고, 차는 금방이라도 뭐에 부딪힐 것 같았다…. 목가네 저택 대문 앞에 다다르자 온연은 차에서 내려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들어가고 난 후였다. 그녀는 저택을 돌아 뒷문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가려는 순간 유씨 아주머니로 인해 부엌에서 잡혀 버렸다. "연아, 너 도련이랑 같이 왔어? 도련님 왜 저러셔? 엄청 화나셨어, 방문 부서지는 줄 알았다니까.."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가 화내는 포인트는 항상 이상했다. 시간이 벌써 오후 두시가 되었다. 점심시간은 이미 지난지 오래였다. 온연은 배가 고파 유씨 아주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부엌으로 들어가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목정침이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고민하다 두 그릇을 끓였다. 그녀는 라면을 들고서는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라면 드실래요?" 방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온연이 숨을 돌리고 내려가려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문이 열렸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문 앞에 표정을 구기며 서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드실…래요?" 목정침은 그녀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인지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목정침이 아무 말이 없다는 건 거절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온연은 라면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늘 있었던 일, 다시는 안 일어나게 해. 앞으로 아무한테도 도움받지 마. 만약 받는다면 내가 그 사람 아예 없애버릴 거니까. 넌 앞으로 내 도움만 받아." 그의 분노는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거세졌다. "알겠어요…" 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녀의 말이 못 미더운지 그가 쏘아대기 시작했다. "알겠다고? 그 말이 진짜이긴 해? 내가 말하지 않았었나? 근데 넌 내가 잠깐 외국에 간 사이에 알바나 하고 다녀? 불쌍하다고 봐달라고 광고하는 거야!" 그녀가 힘겹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목정침 한사람 뿐이었다.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이 사실을 모르는 척했다. 그녀가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창피하게 해서 죄송해요…" 그녀가 그의 품에 안겨 가는 걸 학교의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다. 이미 둘 사이의 소문이 퍼졌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이 그를 창피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처럼 완벽한 사람에게 자신이라는 오점을 남길 수는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목정침은 기분 나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그녀를 침대 앞으로 잡아당겼다. 살짝 밀었을 뿐인데 그녀가 침대로 넘어져 버렸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

이용약관개인정보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