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목정침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교장은 몸을 흠칫거리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급히 달려왔다. "도련님, 알아냈습니다. 범인은 지적 장애가 있는 21살 남자인데, 남대식당 아주머니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평소에 식당에서 잡일이나 도우면서 지낸다고 합니다. 오늘 한 짓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한 짓이랍니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감옥에 보내는 건…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정신병원에라도 처넣어! 제정신도 아닌 사람 학교에 남겨둬서 어쩌자고! 사람이나 찌르고 다니라고?" 목정침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흘러나왔다. 지옥에 떨어진 듯 음산한 그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네!" 경호원은 대답하고는 다시 급히 떠났다. 그의 말에 교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입을 삐죽거리는 교장을 바라보던 목정침의 입가에 냉소가 퍼졌다. "왜, 제 결정이 맘이 안 드세요?" "아, 아뇨… 그냥 …조금 모자라긴 해도 미친 건 아니예요…평소엔 엄청 얌전한데. 오늘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정신병원은 멀쩡한 사람도 미쳐서 나온다는데, 걔가 들어가면…" 교장이 급히 말했다. 목정침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럼 그쪽이 대신 들어가든가요." 항상 온화하고 착한 목정침에게 이렇게 무서운 모습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탓하려면 모자란 자기 자신을 탓해야지, 그러게 누가 칼 휘두르래? 얼마 후 드디어 응급실의 문이 열렸다. 지난번에 온연을 치료해 준 의사가 걸어 나왔다. 그는 곧바로 목정침에게 다가가 경과를 말해주었다. "지난번에 환자의 몸이 많이 약하다고 말씀드렸었죠. 이번에 출혈이 너무 많아서 아마 빈혈이 더 심해질 거예요. 몸 꼭 잘 챙겨드리세요. 봉합은 잘 끝났는데 상처가 너무 깊어서, 아마 흉터는 남을 것 같아요. 생명의 위협은 없고 이제 일반 병동으로 옮기셔도 됩니다. 며칠 경과 확인해보고 문제없으면 퇴원하셔도 됩니다." 목정침은 긴장감에 경직되어 있던 몸에 힘을 풀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감사합니다." 교장은 둘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간파했다. 온연이 아무리 목정침 대신 다쳤다 해도 이렇게까지 걱정하는 건 너무 과하지 않나? 지난번 일까지 떠올리자 그는 그들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탐색하듯 목정침에게 물었다. "목대표님, 제가 온연의 가족들한테 연락을 한번 해볼까요? 계속 이렇게 부탁하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이 일에 학교 측 책임이 있기도 하고." 목정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간호사가 온연을 데리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는 그들을 따라 병실로 이동했다. 교장은 복도에서 전화를 걸었다. "1학년 중에 미술과 온연 가족 연락처 좀 알아봐…. 뭐… 없다고? 그래. 일단 알았어." "저기…목대표님, 온연 학생이 학교에다 가족 연락처를 남긴 적이 없어서요,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셨다는데, 아마 다른 친척도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죠. 일단 병원비는 일체 저희 학교에서 부담할게요. 목대표님은 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이만하면 충분해요." 교장이 병실 앞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르더니 목정침이 말을 꺼냈다. "내 번호 적어." "네?" 그의 말을 미처 알아듣지 못한 교장이 반문했다. "가족 연락처, 내 번호 적으라고." 온연이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VIP 병실의 창문으로 바깥에 흩날리는 눈과 네온사인 보였다. 병실의 따뜻한 온기와 바깥의 차가움이 선명히 대비되었다. 그것이 그녀를 아예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갑자기 들리는 인기척에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손가락은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고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 그를 더 샤프해 보이게 했다. 꾹 다문 입에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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