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갑자기 그의 두 손이 그녀의 몸을 감싸며 그녀를 다시 잡아당겼다. 금방 샤워를 한 건지 그의 몸이 촉촉했다. 몸에서 나는 바디워시의 향기도 느낄 수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그의 가슴팍에 올린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허리를 감싸던 손이 확 풀렸다. "꺼져." 왠지 모르게 그의 목소리가 조금 허스키 해졌고 그녀는 또 무엇이 그의 기분을 망친 건지 모른 채 도망치듯이 떠났다. 다시 창고방으로 돌아간 온연은 조금 후회가 됐다. 심개에 대해 물어본다는 것을 깜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 일어난 일 때문인지 다시 찾아갈 용기는 없었다. 다음날 아침 유씨 아주머니는 물 한 잔을 들고 창고방으로 들어왔다."자, 연아, 감기약 좀 먹어." 온연은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아주머니는 자신이 감기가 걸렸다는 사실을 모를 뿐더러 목정침의 허락 없이 아주머니가 자신에게 약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의문을 안 건지 아주머니는 웃으며 그녀의 침대 옆에 앉았다."도련님 오늘 출장 가셨어. 한 달 정도 걸리신 다는데. 이건 도련님이 가기 전에 말해 놓으셨어. 먹어." 온연은 속으로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지만 목정침이 집에 없을 거라는 말에 숨을 돌렸다. 약을 먹은 후 그녀는 황급히 일어나 대충 정리하고는 학교로 갔다. 온연이 이제 화실로 들어서려는데 교장이 친히 그녀에게 모자라던 미술용품을 건네주었다. "온연 학생, 더 필요한 게 없나 한번 봐봐요." 온연은 조금 의아했다. "아…안 모자라요, 근데 이게…?" "안 모자라면 됐어요." 교장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교장이 떠난 후 그녀는 교장이 건네준 물건들을 보면 고민에 빠졌다. 목정침이 준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신경 쓸 겨를도 없으니까. "연아, 소문으로는 누가 익명으로 너를 후원했다는데, 학교 일처리가 이렇게 빠른지 생각도 못 했어. 네 물감이 내 것보다 더 좋은데!" 진몽요는 오자마자 교장이 건네준 물건들을 뒤적거렸다. 온연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물건을 정리했다. "참? 어제 너 데리러 온 사람 누구야? 차를 엄청 막 몰던데, 너 차에 치여 죽을뻔했어." 수다쟁이인 진몽요는 온연이 대답을 하든 말든 계속 떠들었다. "우리 오빠." 온연은 대답했다. 그 말에 진몽요는 잠깐 멍해졌다. "너네 오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 널 이렇게 가난하게 키웠단 말이야? 다음에 한번 만나야겠어." 온연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지 마. 그 정도면 잘해주는 거지. 친오빠도 아니고, 키워줄 의무도 없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해주는 거지." 맞다, 죄인인 자신에게 몸 누울 곳 마련해 주고 10년이나 키워줬으니. 진몽요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금세 흥미진진하게 익명으로 지원해 준 사람이 누군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네 생각에는 누가 도와준 것 같아? 심개는 아빠 때문에 해외로 몇 년간 가게 돼서 몇 년간 못 올 것 같데. 심개 아닐까? 걔 가자마자 누군가가 널 후원해 줬잖아, 걔가 아니면 말이 안 되잖아." 온연은 잠시 멍을 때렸다. 확실히 목정침보다는 심개가 더 말이 되긴 했다. 그 따뜻한 남자를 생각하니 온연의 마음은 조금 씁쓸해졌다. 그녀 때문에 심개가 떠나게 되었다. 목정침의 부재로 인해 온연은 요 며칠 한결 편안함을 느꼈다. 온연의 생일인 주말에 온연은 진몽요에게 끌려 강제적으로 하루 나가 놀게 되었다. 진몽요도 그녀가 사람 많은 걸 싫어한다는 걸 알고 딱히 다른 사람을 부르지 않았다. 집에 갈 때쯤 진몽요는 갑자기 선물 두 개를 꺼냈다. "이건 나랑 심개가 너한테 주는 생일선물이야." 온연은 받지 않았다. 포장만 봐도 싼 선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고 그녀에게는 답례할 능력도 없었다.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녀도 목가네 집에 오래 살면서 세상 물정 모르는 편은 아니었으니까. "오늘 하루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선물은 됐어."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차가운 바람에서 눈의 냄새가 났다. 진몽요는 강제적으로 선물을 손에 넣어주면서 말했다. "딱히 뭘 바라고 너한테 잘해주는 거 아니야. 심개는 따로 의도가 있지만…너 똑바로 서봐. 걔가 전해달라는 게 있어." 온연은 그녀가 뭘 하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똑바로 서라는 말에 몸을 곧게 세웠다. 진몽요는 진지하게 온연을 보며 말했다. "연아, 나 심개야. 나 너 좋아해. 귀국할 때까지 기다려 줘. 나 꼭 기다려 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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