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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임태성과 손재훈이 떠나고 기숙사에는 백기훈과 강원우 두 사람만 남았다. 백기훈은 강원우를 힐끗 보더니 그가 아무 말 없이 자기 할 일만 하는 걸 보고는 조용히 기타를 꺼내 들었다. 최근 그는 신곡을 하나 만들었는데 작곡을 음악학과의 실력 있는 박사 과정 선배에게 맡겼다. 자신만의 곡을 부르는 게 이번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주하면 할수록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으나 작곡자가 워낙 실력 있는 인물이라 감히 의심하기 어려웠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 가까이에 앉아 있던 백기훈이 기타를 내려놓고 문을 열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문 앞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백기훈? 신입생 환영회에서 부른 노래 정말 멋졌어.” 상대방은 흥분한 듯한 말투였다. 말투에서부터 그녀가 백기훈을 상당히 동경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백기훈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미모에 살짝 놀랐지만 이내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를 되찾았다. “누구 찾으러 왔어?” “강원우. 내 남자 친구야.” 순간 백기훈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는 강원우와 백소연의 관계를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강원우를 찾는 사람이라 하니 백소연을 기숙사 안으로 들였다. 강원우는 고개를 돌려 백소연을 바라보았다. 백소연은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여전히 또렷한 이목구비와 빛나는 피부 그리고 늘씬한 몸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긴 다리와 굴곡진 실루엣은 보는 이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강원우는 한 번 힐끗 본 뒤 그녀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소연은 향긋한 향기를 풍기며 그의 책상 앞까지 다가왔다. “내일 저녁에 시간 있어? 나랑 쇼핑 가자.” 강원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키보드를 두드리며 답했다. “없어. 귀찮게 하지 마.” 백소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넌 내 남자 친구야. 내가 직접 와서 얘기하는 데 당연히 나랑 가야 하지 않아?” 마침내 고개를 든 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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