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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회의실에서 나오는 길, 장준하가 송찬미 옆을 지나가며 일부러 그녀를 힘껏 밀쳤다. 송찬미가 욱하려던 그때 황지아가 먼저 나섰다. “눈 안 달렸어? 왜 치고 지나가?” “흥.” 장준하는 대놓고 눈알을 굴리며 가버렸다. 그러자 황지아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찬미 씨, 저 인간 상대하지 마요. 그냥 질투해서 그러는 거예요.” “알아요. 전 그냥 실력으로 보여줄 거예요.” ... 그날 퇴근 후, 송찬미는 엄마를 보러 병원에 갔다. 의사는 송은정의 수술 전 치료가 아주 잘 됐고 이제 본격적으로 수술 준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찬미는 의사가 말하는 수술 위험성과 주의사항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은 뒤 수술 동의서에 사인했다. 이번엔 신승우가 함께 병원에 와 있었다. 이것은 송은정이 두 사람을 함께 보는 두 번째였다. 신승우가 잠시 전화받으러 나간 사이 송은정이 슬며시 웃으며 물었다. “찬미야, 너 혹시 승우랑 사귀는 거야?” “네?” 송찬미는 당황한 듯 되물었다. ‘티가 그렇게 많이 났나?’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물었다.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송은정은 부드럽게 웃었다. “넌 엄마 딸이잖니. 네 표정만 봐도 다 알지. 눈빛이 말해주더라.” 송찬미도 작게 웃었다. “...네, 우리 사귀는 거 맞아요.” “얼마나 됐니?” “얼마 안 됐어요. 최근에 사귀기로 했어요.” “그래도 너 표정 보니까 좋긴 좋은가 보네.” 송은정은 흐뭇하게 말했다. “승우 같은 사람이면 엄마도 마음이 놓인다. 참 괜찮은 아이야.” 그러다 말투가 조심스럽게 바뀌었다. “그런데 우리 집 형편 알잖아. 승우네 부모님이 허락해 주실까?” “괜찮아요, 엄마. 우리...” 송찬미는 잠시 말끝을 골랐다. “우리 이제 막 시작했어요. 감정도 아직 깊지 않아요. 만약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반대하시면 그냥 헤어지면 되죠, 뭐.” 문이 살짝 열리며 전화 통화를 마친 신승우가 들어왔다. 그의 걸음이 딱 멈췄다. 그냥 헤어지면 된다는 말을 똑똑히 들은 그였다. “찬미야...” 송은정이 말을 이어가려다 신승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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