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송찬미는 먼저 곽도현을 따라 CCTV 실로 향했다. 최근 이틀 동안 병가를 내며 비워 둔 자신의 자리 주변을 다섯 번은 넘게 반복해 돌려봤다. 그러다 갑자기 송찬미는 흥분한 나머지 곽도현의 셔츠 소매를 덥석 붙잡았다.
“본부장님, 이 부분 이상해요!”
곽도현은 순간 놀랐지만 손을 뿌리치지 않고 몸을 숙여 확인했다.
“어디요?”
송찬미가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요...”
퇴근 후 그랜드 팰리스로 돌아온 송찬미의 머릿속은 온통 오늘의 계약서 사건뿐이었다. 식사 중에도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CCTV에 손을 댄 흔적이 있었다. 그 사실을 오늘 이미 곽도현에게 말했고 그는 기술팀을 불러 복구 작업을 맡겼지만 결과는 내일이 되어야 알 수 있다. 서류도 지문 감정을 맡겨 두었지만 기관이 워낙 바빠 대기 목록이 길어 최소 다음 주 수요일에나 결과가 나온다고 답해주었다.
송찬미는 이 일이 마음에 걸려 마음이 한없이 무겁기만 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신승우가 그녀의 볼을 만졌다.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무슨 일 있어?”
송찬미는 그제야 정신 차리고 신승우의 말에 답했다.
“네, 오늘 회사에서 좀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무슨 일인데?”
송찬미는 숨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상황을 설명했다.
“의심되는 사람은 있어?”
신승우의 물음에 송찬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보기만 해도 불쾌한 장준하의 얼굴이었다. 회사에 온 뒤로 그녀와 모순이 있었던 사람은 장준하뿐이었다.
“누군데?”
“네?”
송찬미가 신승우를 바라봤다.
“뭐 하려고요?”
신승우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변했다.
“잘라야지.”
“그렇게 바로 자르면 안 돼요.”
송찬미가 말했다.
“근로법상 이유 없이 해고하면 회사가 오히려 배상해야 해요. 장준하가 정말로 일부러 나를 모함한 증거가 확실하면 정당하게 자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일단 먼저 사실을 밝혀야죠.”
“맞아.”
신승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찬미 진짜 똑똑하네. 알뜰하고 남편 돈도 아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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