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화
다음 날도 여전히 인턴 업무가 없었지만 방세린은 평소처럼 일찍 눈을 떴다.
먼저 데이비드에게 밥을 주고 똥 치우는 집사의 임무를 다한 뒤, 방세린은 본인을 위해 샌드위치를 하나 만들었다.
생활감이 가득한 위준우의 주방 냉장고에는 반찬들이 꽉 찼고 조리도구에는 사용 흔적이 역력했다.
하태원과 함께 지낼 때, 방세린은 집안이 좋은 남자들을 수도 없이 많이 봤지만 위준우는 그 남자들과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다.
아침을 마친 방세린은 위준우의 서재로 갔다.
위준우가 지난번 추천해 줬던 교재 몇 권은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놓여 있었다. 방세린은 자리에 앉아 차분히 그 교재를 읽기 시작했다.
가끔 책장을 넘기다 보면 위준우가 적어둔 독서 메모가 보였는데 위준우의 글씨는 깔끔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쳤고 메모 내용은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 메모를 보던 방세린은 메모를 쓰던 위준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위준우는 뭔가 사고할 때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게 습관이었고 평소보다 조금 더 엄숙한 표정과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곤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세린은 자기가 한 페이지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방세린은 뺨을 가볍게 두드리고 페이지를 넘겼다.
그때 갑자기 울린 초인종에 방세린은 위준우가 오늘 친구가 물건을 가지러 올 거라고 했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방세린은 현관에 준비해 둔 물건을 챙기고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문 앞에 선 사람은 방세린을 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방세린은 눈앞의 남자를 기억해 냈다.
예전에 위준우 집에서 방세린은 이 남자와 함께 삼계탕을 먹었었는데 남자의 이름은 주찬호였다.
다만 그날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던 터라 방세린은 살짝 어색한 표정으로 물건을 건넸다.
“이거 맞아요?”
다행히 주찬호는 태연하게 봉투를 열어 확인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고마워요.”
주찬호는 낚시 장비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차 안에는 주성태가 운전석에 앉아 주찬호를 기다리고 있었고 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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