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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 누구에게도, 특히 당신에게는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둔중한 망치처럼 나도윤의 머리를 내려쳤다. 눈앞이 순간적으로 새하얘졌다. 그녀는 그가 찾아올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리 손을 써 두었고 그의 모든 길을 지나치게 깔끔할 만큼 완벽하게 막아버렸다. 태생부터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던 나도윤은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지금 이 앞에서는 권력도 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그는 길을 잃은 야수처럼 낯선 뉴욕의 거리를 목적도 없이 맴돌았다. 비싼 돈을 들여 사설탐정을 고용했지만 돌아온 것은 끝내 모호한 정보뿐이었다. 극단이 몇몇 극장에서 연습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였고 정확한 장소는 끝내 특정되지 않았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뿐,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는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극장 앞을 서성였고 극단이 머물 법한 몇몇 호텔 로비를 전전했다. 잠은 거의 이루지 못했다. 눈은 핏발로 가득했고 한때 완벽하게 다려져 있던 고급 수트는 구겨져 있었으며 턱에는 푸르스름한 수염이 자라나 있었다. 그의 몸에서는 지독하게 집요하고 피폐해진 기운이 그대로 흘러나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사흘인지, 나흘인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고 시간은 이미 그의 감각 속에서 의미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처음으로 발길이 붙잡혔던 그 호텔 앞에서 이제는 거의 포기한 채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던 순간, 중형 버스 한 대가 천천히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편한 차림에 피곤함이 묻어 있으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동양인들이 하나둘 내려왔고 그들은 한국어로 오늘 연습이 어땠는지 떠들며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보았다. 이소은이었다. 그녀는 맨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려 조용히 발을 내디뎠다. 몸에 밀착된 검은 연습복 위로 오트밀 색 니트 가디건을 느슨하게 걸치고 있었다. 화장은 하지 않았고 머리는 대충 뒤에서 묶은 채 목덜미에는 잔머리가 몇 가닥 흘러내려 있었다. 그녀는 옆에 선 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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