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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정하루는 버둥댔다. “꺼져요!” 그러나 남자는 힘이 아주 셌고 곧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듯했다. 그 순간 갑자기 현장 조명이 또 한 번 어두워지더니 누군가 그 남자를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뜨리는 소리가 났다. 뒤이어 누군가 빠르게 남자를 끌고 현장을 떠났다. 정하루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조금 전 남자를 걷어찬 사람은 바로 도유환의 경호원이었다. 정하루는 본능적으로 도유환 쪽을 바라보았다. 너무 어두워서 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정해은을 끌어안고 있는 것만큼은 또렷이 보였다. 조명이 다시 밝아졌을 때 도유환은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그것들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 말이다. 정하루는 그의 태도에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도유환은 뭘 어쩌고 싶은 걸까? 한편으로는 정해은을 보호해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녀를 도와주다니. 우스운 일이 아닌가? 그러나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경매는 빠르게 시작되었다. 첫 번째 경매품은 정하루가 경매에 부친, 도유환이 주었던 선물들이었다. 경매가는 200억부터 시작이었고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도유환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하루 쪽을 바라봤다. 그것들이 누구의 손에서 나온 것인지 알아챈 듯 말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화를 내기 전의 징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하루는 태연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입가에 보일 듯 말 듯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패들을 들기 시작했고 정해은은 도유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환 씨, 저 사파이어 엄청 예쁘네요. 마음에 들어요...” 도유환은 잠깐 침묵하다가 결국 패들을 들었다. 결국 도유환은 2000억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그것들을 구매해 옆에서 환히 웃고 있는 정해은에게 주었다. 정하루는 이 모든 것이 우스웠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물건이 다시 제주인을 찾아간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중간에 쉬는 타임에 정하루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 화장을 하러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도유환이 복도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게 보였다. 담배 연기는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그의 싸늘한 시선은 가리지 못했다. 정하루는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를 지나쳐 가려고 했지만 도유환이 그녀를 붙잡았다. “왜 그것들을 경매에 부친 거야?” 정하루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시선을 들며 경멸 어린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왜 아까 도와준 거예요?” 도유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고 했으나 정하루가 선수를 쳤다. 그녀는 비아냥대며 말했다. “내가 시율이 친구라서요? 시율이가 저를 지켜주라고 부탁하던가요?” 정하루는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들어 도유환의 차가운 표정을 바라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시율이가 내 연애까지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들어주게요?” 도유환은 피곤한 듯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정하루, 왜 고슴도치처럼 항상 가시를 세우는 거야? 그게 너한테 무슨 이득이 되는데?” 이득? 이득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잔뜩 세우지 않는다면 일찌감치 그 집안 사람들에게, 도유환이 사랑하는 정해은에게 완전히 집어삼켜졌을 것이다. 정하루가 입을 열려는데 도유환이 말했다. “넌 나랑 만났었어. 그러니까 나 다음으로 만날 남자는 나보다 못나면 안 돼. 아까 그런 놈은 너한테 안 어울려. 남자가 부족하면 내가 소개해 줄게.” 정하루는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우스운 말을 들었다는 듯이 크게 웃다가 눈물까지 흘렸다. 도유환은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 줄 아는 걸까? 그녀의 마음에 비수를 꽂아놓고는 그녀가 만날 상대까지 자기가 정해주겠다고 하다니. 소유욕 때문일까? 아니면 본인의 체면을 위한 걸까? “도유환 씨.” 정하루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한없이 가벼운 여자처럼 말했다. “남자는 이 세상에 널렸어요. 내가 어떤 곳에서 누구를 만날지 당신은 간섭할 자격이 없고요.” 도유환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심각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로 가려는 거야?” 정하루는 아무 말 하지 않고 힘껏 도유환의 손을 뿌리친 뒤 몸을 돌렸다. 다시 자리에 앉은 정하루는 이곳을 얼른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러나 다음 경매품을 본 순간 정하루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것은 사파이어 목걸이였는데 클래식하면서도 우아했다. 그건 정하루의 엄마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물건이었다. 정하루는 정해은을 바라봤고 의기양양한 정해은의 눈빛을 본 순간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틀림없이 정명진이 몰래 엄마의 것을 정해은에게 주었고 정해은이 그것을 경매에 부쳤을 것이다. 정하루는 엄마의 유물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몇 차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정하루는 시가보다 몇 배는 더 비싼 가격에 목걸이를 낙찰받았다. 정하루가 안도하며 단상 위로 올라가 목걸이를 챙기려는데 정해은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요.” 정해은이 악의를 숨기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행자님, 죄송해요. 제가 목걸이를 잘못 가져왔어요. 그건 경매에 부치지 않을 거예요. 제가 소중히 여기는 목걸이거든요. 실수로 다른 거랑 헷갈렸나 봐요.” 말을 마친 뒤 정해은은 그 목걸이를 챙기며 정하루를 향해 승리자의 미소를 지은 뒤 밖으로 나갔다. 정하루는 곧바로 그녀를 쫓아가 막아섰다. “정해은! 그 목걸이 나한테 줘! 얼마를 원하는 거야? 돈은 얼마든 줄 수 있어!” 정하루가 다급히 말했다. 정해은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면서 악독하게 말했다. “난 돈이 부족하지 않아.” 그녀는 옆에 있는 인공 호수로 걸어가더니 더러운 호수 물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정하루에게 말했다. “너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지? 그렇다면 어디 한번 직접 주워보든가.” 말을 마친 뒤 정해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걸이를 호수에 던졌다. 그리고 정하루는 주저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놀란 듯한 시선과 수군대는 목소리들을 뒤로 한 채 차가운 호수로 뛰어들었다. 정하루는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혼탁한 호수 안에서 손을 더듬댔다. 그녀의 비싼 드레스는 더러워졌고 화장도 엉망이 되었다. 담배를 피우고 나온 도유환이 마침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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