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2장

너무나도 지친 탓인지 도수영은 다시 발악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칼날이 손목에 닿자 그녀는 눈을 조용히 감아버렸다. 삶의 희망을 버리려는 순간 어디선가 가슴 아프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또 애칭을 부르기 시작했다. 환청이었다! 그렇게 도도하던 아가씨가 사랑에 빠져 모든 걸 남자에게 바쳤다. 그 남자는 정답게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다 자신의 환각이고, 단지 그 소년에 대한 그리움,유현진에 대한 그리움이었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망가진 마음과 같이 시간의 늪에 묻혀버려 다신 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도수영이 깨어날 때는 벌써 다음 날 아침이었다. 그녀는 화류계에 있는 자신을 의아해하며 손목을 확인했다. 신기하게도 손목은 잘리지 않은 채 완전한 상태였다. 유현진가 창문가에 그녀를 등지고 서 있었다. 그녀는 나긋이 불러봤다. “현진 씨?” 유현진은 흠칫 놀라며 돌아섰다. 환각인지 몰라도 몸을 돌리던 순간 두 눈에서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는 눈빛을 읽었다. 그녀를 안쓰러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주 잠깐, 이내 그는 냉정과 혐오만 남은 눈길로 바꿨다. “왜 계속 죽은 척 하지?” 유현진은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쌀쌀한 태도로 냉정하게 내뱉었다. “도수영 우리 이혼해!” “이혼?” 그녀는 가슴이 아팠다. 다시 만난 유현진이 억지로 자신과 결혼한 것이 복수와 괴롭힘이 목적이었단 걸 알고 있었지만, 이혼이란 말을 듣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유현진이 자신을 천하다고 하든 창피한 줄 모른다고 하든 그녀는 이혼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죽어도 유현진의 와이프라는 신분으로 죽고 싶었다. 숨막이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다. 쉰 소리가떨리기까지 해 절망에 가득찬 듯했다. “현진 씨,약속했잖아. 평생 나랑 이혼은 안 한다고,말했잖아, 죽기 전까지 당신...” ‘왜? 역겨워운 것도 모자라 돈을 써가면서까지 내 자신을 망가뜨려야 해?” 유현진은 쌀쌀한 말투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 “현진 씨 난 이혼 안 해! 이혼 하기 싫어...” 당황한 그녀는 그저 그 말밖에 하지 못했다. 유현진은 그녀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이혼 서류 한 뭉치를 그녀의 얼굴에 던졌다. “사인해!” 머리를 떨구던 그녀는 ‘이혼 협의서’라는 몇 글자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유현진이 이혼을 서두르는 이유는 정식으로 임연아를 아내로 맞고 싶은 것이라는 걸. 이 가늠도 못하는 몸으로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임연아의 득이양양한 그 꼴을 죽어도 보기 싫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유 사모님의 자리만은 지키고 싶었던 그녀는 어디서 난 용기인지 갑자기 협의서를 내동댕이치더니 턱을 추켜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현진 씨, 나 사인 못해! 연아랑 결혼하려면 내가 죽은 뒤 해!” 그녀가 호락호락하지 않자 유현진은 낯빛이 변하더니 태도가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듯이 냉랭해졌다. “수영아, 내 인내심 테스트하지 마! 사인하고 빈털터리로 나가는 게 좋을 거야!” 죽을 때까지 버텨보려던 생각이 빈털터리라는 말에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현진 씨, 이혼하려거든 2억 줘! 그렇지 않으면 평생 그년이랑 떳떳한 결혼 꿈도 꾸지 마!” “헐!” 그는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갑자기 확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2억? 넌 언제든 그 더러운 자식을 잊지 못하는구나! 어쩌지? 네 생각대로 해줄 수없어! 네 더러운 자식은 죽어야 해!” 그러던 유현진은 사인펜을 그녀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며 다짜고짜로 이혼 협의서에 사인하도록 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