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3장
육성재는 가만히 서서 차가운 눈매와 싸늘한 목소리로 눈앞의 여자를 거절했다.
“죄송하지만 약혼녀가 있습니다.”
여자의 눈이 커졌다.
육성재가 시선을 들어 이시연을 다시 바라보니 그녀가 여전히 손에 무언가를 들고 구경하는 듯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가에 못 말린다는 듯한 미소가 담겼다.
“시연아, 이리 와. 앞으로 가볼까?”
이 목소리는 조금 전 싸늘하던 것과 달리 부드럽고 애정이 담겨 있으며 어쩌지 못하겠다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평범한 반팔에 캐주얼한 바지를 입은 여자가 긴 머리를 자연스럽게 뒤로 넘긴 채 깔끔하고 발랄한 모습이 아직 졸업하지 않은 대학생처럼 보였다.
뚜렷한 이목구비가 화장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 연락처를 묻던 여자가 저도 모르게 말했다.
“두 사람 잘 어울리네요.”
이시연은 이미 육성재 옆으로 걸어왔고, 이 말을 들은 육성재는 시선을 돌려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예쁘죠.”
방금 거절했을 때처럼 차갑지 않은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엔 약간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여자가 옆으로 살짝 피해주자 육성재는 자연스럽게 이시연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
당황한 이시연은 한 손에 차가운 샤베트가 들려있고 다른 한 손은 불에 구워진 것 같았다.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질식할 것만 같은 속도로 뛰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말을 꺼냈다.
“삼촌.”
그녀는 자기 손을 빼서 등 뒤로 보냈다.
손끝이 살짝 떨렸다.
“이, 이미 너무 멀리 왔어요.”
그녀를 내려다보는 육성재의 손엔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고 그가 태연하게 물었다.
“앞으로 더 가볼까?”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숟가락을 꺼내 샤베트를 조금 파서 육성재에게 건넸다.
“먹어볼래요? 차가우니까 조심해요.”
남자가 고개를 숙여 숟가락을 조심스럽게 물자 그의 혀는 차갑고 달콤한 맛에 뒤덮였다.
“어때요?”
고개를 기울여 쳐다보았지만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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