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겨우 숨을 돌리자 온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서둘러 상처를 다시 스카프로 감쌌지만 상처 부위가 스카프에 자꾸 쓸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약상자 안에서 거즈를 꺼내 상처를 먼저 감고 그 위에 방수 테이프까지 붙였다.
샤워를 끝낸 뒤엔 다시 스카프로 가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밤 박윤성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니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상처도 숨을 쉬어야 더는 염증이 심해지지 않을 테니까.
욕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따뜻한 김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는 누군가가 앉아 있었고 내가 나오자마자 그 사람은 고개를 들어 내 쪽을 바라보았다.
“씻었어?”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깜짝 놀란 나는 중심을 잃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문틀을 붙잡고 간신히 몸을 지탱한 후 침대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박윤성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왜 또 돌아왔어? 오늘 밤엔 안 온다고 했잖아!”
그러고는 젖은 머리를 닦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박윤성은 묵묵히 다가와 내 손에서 자연스럽게 수건을 빼앗더니, 내 머리를 닦아주며 다른 손으로는 내 턱을 살포시 들어 올렸다.
“내가 돌아온 게 그렇게도 싫어?”
나는 대꾸할 마음도 없었고 수건을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는 내 허리를 감싸고 내 몸을 품 안에 가두었다.
“가만히 있어.”
저음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고 그의 목울대가 천천히 오르내렸다.
나는 그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깊고 까마득한 눈동자엔 감정이 읽히지 않았다. 그는 진지하게 내 머리를 닦아주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그를 밀쳤다.
“혹시 나한테 따지려고 온 거면 빨리 말해. 난 오늘 일찍 자야 하니까.”
박윤성은 대답하지 않고 내 손을 잡아 침대 옆으로 이끌었다.
그는 드라이어를 꺼내 들고는 긴 손가락으로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 손길은 너무 조심스러워 마치 나를 애지중지하는 듯했다.
가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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