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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그 순간 박윤성의 얼굴에 스친 걱정은 마치 그가 정말로 나를 신경 쓰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하지만 그 착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 목숨조차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내 손목의 상처를 신경 쓸 리 없으니까. 나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윤성은 목소리를 깔고 물었다. “어디가 아픈 거야? 말해.”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공기 속에 은은하게 피비린내가 번졌다. 박윤성은 그제야 자신이 꽉 쥐고 있던 내 손목을 보았다. 그곳엔 피가 스며든 붕대가 감겨 있었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박윤성이 오늘 밤 돌아오지 않을 거라 믿고 스카프로 감추지 않았는데, 이렇게 들켜버릴 줄은 몰랐다. “약상자 찾으라고 시킨 게, 다친 것 때문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이 상황을 넘기고 싶어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조금 데었어. 대충 붕대만 감아둔 거야.” 하지만 박윤성은 믿지 않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한참을 묵묵히 있던 박윤성은 갑자기 내 입가로 얼굴을 가져왔다. “보여줘.” “됐어.”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거둬들이며 고개를 돌렸다. “정말 별거 아니야...” 나는 다른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쳤다. 박윤성은 더 이상 손목을 보려고 하진 않았지만 그 대신 부드럽게 내 목덜미에 입맞춤을 시작했다. 그의 입술은 귀 뒤부터 목선까지 천천히 내려왔다. 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은 극에 달했고 숨이 막힐 듯한 불쾌함에 온몸이 떨렸다. 당장이라도 그의 팔을 뿌리치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던 순간 손목을 조이던 힘이 살짝 풀리더니 박윤성이 내 붕대를 풀려고 손을 움직였다. “뭐 하는 거야!” 나는 그를 힘껏 밀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박윤성은 내 반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나를 침대에 눌렀다. “그냥 덴 거라면서, 왜 이렇게 붕대를 칭칭 감은 건데?” 그의 목소리엔 명백한 의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속이려 했지만 그 역시 그걸 알아챈 듯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리고 피가 배어든 붕대를 보자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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