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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스물다섯 살의 송지연은 박윤성을 참으로 열렬하게 사랑했다. 사람들은 내가 박윤성을 10년 동안 짝사랑하다가 갑자기 번개 결혼한 거라고 말했다. 그 뒤로 나는 박윤성이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주변에 다른 이성이 나타나는 걸 끔찍이 싫어했다고 했다. 그 이성이 부하 직원이든 재벌가의 여식이든 상관없이 다 내 상상 속의 연적이 되었다. 그렇게 수도 없이 싸우고 타협하며 나는 자아가 없어졌고 그저 그가 나를 한번 쳐다봐 주기만을 바랐다. 그가 나를 귀찮아하면 할수록 안전감이 없어 점점 더 들러붙을 수밖에 없었다. 소은하는 심지어 내가 그의 차에 위치추적기까지 달았다고 말해줬다. 이런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이런 짓까지 했다는 것에 감탄했다. 제일 믿을 수 없었던 건 내가 박윤성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었다. 손목을 긋기 전에도 높은 곳에서 투신하거나 강에 뛰어들거나 수면제를 먹거나 했지만 그저 쇼에 불과했다. 처음엔 박윤성도 내 기분을 달려줬지만 차수가 많아지자 더는 나를 신경 쓰지 않았다. 박윤성 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그랬다는 사실이 끔찍이 싫었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더는 옛날얘기 하지 마.” “예전의 나는 죽었다고 생각해 줘.” 고인우는 썩 믿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전에 준 인상이 너무 확고해서 말 몇 마디에 쉽게 변하지는 못할 것 같아.”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믿어줄 건데?” 고인우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믿지 못하는 건...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을 쉽게 잊는다는 거야.” 나는 그 말이 나를 가리키는 건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어 일단은 나를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의 침묵이 끝나고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어쩌면 박윤성을 잊은 게 아니라 아예 사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이 말에 고개를 든 고인우가 사기꾼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가 믿지 못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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