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내 몸엔 온통 박윤성의 온기와 향기가 배어 있었지만 나는 여전히 도망치고 싶었다.
“박윤성... 소용없어.”
박윤성이 이렇게까지 매달리는 건 내가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었고 그는 내가 기억을 되찾기만 하면 다시는 자신을 떠날 수 없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의미 없다.
“난 나를 잘 알아. 지금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 게 단지 기억을 잃어서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 기억이 돌아온다고 해도 결국 널 떠날 거야.”
그 말을 하자마자 박윤성의 얼굴에 처음 보는 표정이 떠올랐다. 불안하고 절박하고 어딘가 무너진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내 손을 꽉 움켜잡았다. 열 손가락을 꼭 맞물린 채, 손가락 끝이 아플 정도로...
“아니야, 지연아. 넌 날 정말 사랑했어. 우리 서로 너무 사랑했어. 넌 단지 그걸 잊은 것뿐이야.”
‘서로 사랑했다고?’
그 말에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등 뒤 딱딱한 벽에 부딪혔다.
머리가 벽에 쿵 하고 부딪히는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몰려왔고 나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박윤성은 당황한 얼굴로 다가왔다.
“지연아,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를 밀어냈다.
“괜찮아. 다치지도 않았고. 그러니까 손 치워.”
박윤성은 내 옆에서 팔을 벽에 짚은 채 여전히 나를 가두고 있었다.
가두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놓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의 숨결이 가까워졌고 눈빛은 거의 광적으로 나를 쫓고 있었다.
온몸이 힘이 풀린 듯 휘청였고 그런 나를 그는 강하게 껴안은 채 다시 입을 맞췄다.
입맞춤은 다정한 듯했지만 그의 팔은 집요했고 나는 좀처럼 빠져나올 수 없었다.
“박윤성, 놓으라고!”
나는 외쳤지만 그는 그 순간을 틈타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이 뜨거워지며 하나둘씩 기억의 조각들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희미했던 파편들이 하나로 이어지더니 어느새 또렷한 기억이 되었다.
드디어 기억이 났다.
우리의 첫날밤, 우리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어떻게 결혼에 이르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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