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박윤성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고 그저 묵묵히 내가 그를 물도록 내버려두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천천히 이를 풀었다.
그는 손등의 선명한 이빨 자국을 내려다보더니 휴지를 집어 들어 무심히 닦아내고는 담담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만족했어?”
나는 “퉤”하고 침을 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향했다.
그런데 고개를 돌리는 순간 욕실 문 앞에 서 있는 박윤성을 발견했다. 그가 한마디 말도 없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 됐다. 이번 기회에 여기서 좀 머물면서 진정해.”
“네가 뭔데 날 가둬?”
나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그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럼 조민서는?”
“걔랑 무슨 상관이야?”
박윤성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자 나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요즘 조민서도 자주 별장에 들러서 회장님 안부 보러 오겠지? 걔랑 나 마주칠까 봐 안 불안해?”
“너도 네가 나한테 얼마나 골치 아픈 존재인지 아는구나?”
박윤성은 가볍게 비웃으며 여전히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더니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한테 여러 번 말했을 거야. 조민서는 그냥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을 뿐이야. 나는 걔를 동생처럼 여겨. 그런데 왜 그렇게 집요하게 걔를 적대하는 거야?”
“내가 적대한다고?”
나는 우스운 말이라도 들은 듯 비웃으며 말했다.
“넌 항상 나와 조민서 사이에서 주저 없이 조민서를 택했어. 사람들 앞에서 날 망신 줬고 모두가 내가 언제쯤 내쫓길까 구경했지. 그래도 내가 조민서를 적대하는 거야?”
“남들의 말 따위 귀 기울일 필요 없어.”
그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너는 항상 외부의 시선에 흔들려. 그래서 너 자신의 마음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잖아.”
“도대체 누가 자신의 마음을 보지 못한다는 거야?”
나는 그 말을 끊으며 박윤성의 옷깃을 세차게 움켜쥐었다.
“네가 정말 조민서랑 서로 마음이 통한다면 그냥 조민서랑 만나면 되잖아! 나랑 이혼해! 나는 두 사람 사이에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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