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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25살의 내가 그들 앞에서 어떤 모습인지는 아직 나도 모른다. 아마 비굴하거나 박윤성을 너무 사랑해서 그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 두는 호구였겠지. 다만 지금의 나는 18살의 송지연이다. 박윤성을 사랑하지 않으니 억지로 참을 필요도 없다. 조민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박윤성에게 말했다. “미안해, 윤성아. 지연 씨가 날 안 반기는 것 같아. 여길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알면서 왜 왔어요?” 내가 돌직구를 날렸다. “나 놀리려고 온 거예요?” 순간 조민서의 얼굴이 빨개졌고 박윤성이 단호하게 나를 꾸짖었다. “지연아, 행패 부리지 마.” 그가 조민서를 감싸자 기분이 확 잡쳤고 이 남자에 대한 인상이 또다시 깎였다. 깨어나자마자 짝사랑했던 남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에 약간 흥분하면서도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이제 보니 박윤성도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아무리 잘생기고 돈이 많으면 뭐해? 제 와이프는 버리듯이 하고 본인이 엄청 대단하다고 과시라도 하게? 그럴 거면 애초에 결혼하지 말았어야지. 나는 무척 억울했고 조민서는 오히려 다정하게 말했다. “윤성아, 다름이 아니라 널 축하 파티에 초대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말을 마친 그녀는 비로소 내가 옆에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마지못해 말했다. “지연 씨도 함께 오실래요?” 원래 가고 싶지 않았지만 조민서의 눈가에 숨겨진 경멸과 도발을 느끼고 있자니 오기가 생겼다. 나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쿨하게 대답했다. “좋죠. 윤성 씨 와이프라 당연히 함께 다니면서 응대해야죠.” 그렇게 나는 박윤성을 따라 조민서의 축하 파티에 갔다. 우리 셋이 함께 나타났을 때 룸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형형색색의 표정으로 우릴 쳐다봤다. “윤성아, 걔는 왜?” “놀랍지도 않아. 종일 소란 피우고 생떼 부리잖아. 윤성이 곁에 있는 이성이라면 죄다 적대감을 드러내는데 하물며 민서는 오죽하겠어!” “민서 때문에 자살 소동까지 벌였다면서?” “맞아. 아무리 그래도 제 주제를 알아야지. 윤성이랑 결혼한 것 자체가 과분한데 무슨 자격으로 쥐고 흔들려 하니? 이전 여자들은 그렇다 쳐도 민서가 누구야? 쟤가 감히 가당키나 해?” 이들의 목소리가 아주 적당한 톤으로 내 귀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쭉 훑어보니 아무래도 박윤성 혹은 조민서의 친구들일 듯싶었다. 어쨌든 다 같은 무리인 건 틀림없었다.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25살의 내가 왜 자살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매일 이런 헐뜯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일그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난 그때 박윤성을 엄청 사랑했을 테니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자신의 삶을 포기할 만큼 괴로웠겠지. 박윤성과 조민서는 그들이 남겨준 자리에 앉았고 나만 떡하니 서 있었다. “혼자 저렇게 서 있는 게 안 어색해?” “그럴 리가. 윤성이랑 함께할 수만 있다면 무릎 꿇으라고 해도 할걸!” 나는 험담하는 남자를 차갑게 노려봤다. “쟤가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무릎을 왜 꿇어?” 그 남자의 안색이 돌변했다. 내가 오늘날 이렇게 반박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이때 박윤성이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됐어, 다들 그만해.” 내가 이렇게까지 조롱당했는데도 이 인간은 나를 돕기는커녕 그저 양쪽 모두에게 똑같이 책임을 물을 뿐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여긴 날 반기는 것 같지 않으니 이만 나가볼게.” 말을 마친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이때 뒤에서 사람들이 쉬쉬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내가 잘못 본 거야? 쟤가 윤성이한테 화낼 줄도 아네?” “정말 민서 때문에 정신이 잘못된 거야?” “장담하는데 30분도 못 버티고 쪼르르 돌아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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