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화
내가 고인우 뒤에 숨은 건 박윤성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이미 발견했으니 어쩔 수 없이 걸어 나와 박윤성의 눈빛을 마주했다.
“내가 어딜 가든 뭔 상관인데?”
박윤성이 내 앞으로 다가와 내 팔목을 잡았다.
“가자.”
매번 상처가 나으려고 하면 박윤성이 상처를 건드리는 바람에 덧나곤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아픔을 꾹 참고 언짢은 표정으로 박윤성의 손을 뿌리쳤다.
“나 할 일 남았으니까 먼저 가.”
“네가 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
박윤성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지만 나는 박윤성을 등진 채 이렇게 말했다.
“아무튼 있으니까 신경 끄고 가.”
박윤성이 갑자기 음침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첫사랑을 주더니 이제 방에 단둘이 있는 거야? 송지연, 내가 그동안 너무 오냐오냐했지?”
나는 몸을 홱 돌려 박윤성을 쳐다봤다.
“내로남불도 유분수지. 오늘 조민서랑 같이 있을 때 내가 뭐라 했어?”
“안 하진 않았지.”
박윤성이 내게로 바짝 다가오더니 내 턱을 꽉 부여잡고 억지로 눈을 마주쳤다.
“내가 몇 번이나 설명했는데 믿지 않은 건 너야. 도대체 언제까지 제멋대로 굴 건데?”
나는 박윤성을 밀쳐내며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은 내가 해야지. 그만 좀 해. 이혼만 해주면 바로 사라져 준다니까?”
박윤성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랑 고인우 뭐 숨기는 거 있지.”
“네가 알 바 아니야.”
박윤성을 지나쳐 고인우에게로 가려는데 박윤성이 나를 번쩍 안아 들고는 문으로 향했다.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나는 그런 박윤성을 노려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우도 박윤성 앞을 막아서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려달라고 하잖아. 박윤성, 그만 좀 몰아붙여.”
“지연이 내 와이프야.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 하는 거지?”
박윤성이 고인우를 힐끔 쳐다보더니 몸으로 밀쳐내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문까지 걸어간 박윤성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살짝 돌리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술 완벽하게 복구해서 단궁으로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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