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나 박윤성과 할아버지 앞에서 늘 얌전하고 고분고분한 이미지 아니었나? 얼마나 비굴했는데 조민서의 뺨을 때렸다고?’
“기억 안 나요?”
고윤정은 내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윤성 오빠 할아버지 80세 생신이었는데 같이 축하해드리다가 조민서가 나타났어요. 나도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잘 모르는데 떠도는 소문은 많더라고요. 아무튼 언니가 그날 조민서에게 귀싸대기를 날리는 바람에 할아버지가 엄청나게 화나셨어요. 윤성 오빠와 당장 이혼하게 하겠다고 했다니까요.”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윤성 오빠가 어떻게든 이 일을 눌러서 이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더는 알콩달콩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요.”
“그날이 지나고 언니랑 윤성 오빠의 사이가 곤두박질친 걸로 알고 있어요.”
고윤정이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지만 나는 쓸모 있는 정보를 걸러내지 못했다. 그저 나와 박윤성의 결혼에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사연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에게 확인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나와 박윤성만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걸 들키긴 싫었다.
“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요?”
고윤정이 갑자기 내 앞으로 다가와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냄새를 맡았다.
“언니 뭔가 이상한데.”
나는 얼른 고윤정을 밀어냈다.
“강아지야? 그렇게 맡으면 뭐가 나와?”
옆에 있던 고민우도 미간을 찌푸리며 착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고인우가 얼마나 총명한지 알았기에 이 화제를 이어 나갔다가는 들킬 것 같아 얼른 자리를 떠나려 했다.
“난 이만 가볼게.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잠깐만요. 이렇게 간다고요?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요?”
고윤정이 입을 삐쭉 내밀고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정말 나를 낯선 사람 취급 할 거예요?”
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정아, 나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야. 박윤성에게 올린 사표 아직 수리 전이라 다른 회사에 취직하기 어려워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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