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소은하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참...”
“왜?”
“많이 변했다고.”
“기억만 잃은 줄 알았는데 성격까지 변한 것 같네.”
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진정한 나를 되찾았을지 모르지.”
나는 원래 소은하와 아무 기척도 없이 두 사람을 지나치려 했는데 조민서가 우리를 발견하고 불러세웠다.
“지연 씨, 왔어요?”
조민서는 우리 사이에 아무 모순도 없는 것처럼 친근한 목소리로 말하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박윤성을 데리고 걸어왔다.
“안 그래도 지연 씨 얘기 나왔는데 빨리 왔네요...”
돌아왔다도 아니고 왔네요였다. 그 말투는 마치 그녀와 박윤성이 이 집의 주인이고 나와 소은하가 손님인 것 같았다. 내가 박윤성과 맞잡은 조민서의 손을 내려다보는데 박윤성이 조민서의 손을 뿌리치더니 아무 말 없이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박윤성을 상대하기 싫어 조민서에게 말했다.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볼게요.”
“지금 들어왔는데 어딜 간다는 거예요?”
조민서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박윤성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있어서 기분이 잡친 거 아니에요? 그렇다면 내가 갈게요...”
조민서가 실망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해서 온 거예요.”
참 좋은 핑계였다. 나는 대꾸하는 대신 소은하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고 박윤성을 지나치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순간 박윤성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렸고 뿜어내는 아우라도 한결 차가워졌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조민서가 내 뒤에서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지연 씨가 나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는데 오빠까지 냉랭하게 대하는 건 보고 있기 힘들다...”
소은하와 방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박윤성이 뭐라 대답했는지 듣지 못했다. 소은하가 참지 못하고 내게 말했다.
“이렇게 조민서를 그냥 내버려둔다고?”
“다 엎어도 소용없었는데 뭐.”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사실 조민서가 조금만 더 힘내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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