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침착한 발걸음 소리에 맞춘 박윤성의 목소리는 약간 나른했다.
“드디어 나한테 전화할 마음이 든 거야?”
막 입을 열려던 나의 말은 그의 말에 그대로 막혀 버렸다.
“송지연, 얼마나 버티나 보려고 했더니 그 정도밖에 안 돼?”
전화기 너머로 얼음이 잔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입을 열었다.
“박윤성, 부탁할 게 있는데...”
“무슨 일인데?”
박윤성은 마치 내가 결국 그를 찾을 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그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송지연, 전에 내가 출장을 가기라도 하면 너는 매 순간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했잖아. 같이 갈 수 없을 땐 내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전화해서 확인하고 말이야.”
그는 가장 차분한 어조로 내게 가장 굴욕적인 기억을 꺼냈다.
“뭐야, 이번엔 밀당이라도 해보려고 한 거 아니었어? 겨우 이 정도 버티고 끝난 거야?”
조롱 섞인 그의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했다.
“박윤성, 오해야. 정말 부탁할 일이 있어서 연락한 거야.”
내 목소리는 담담했다.
“이건 아마 너만이...”
“송지연, 누가 너한테 박윤성에게 부탁하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인우의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문가에 서 있던 고인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성큼 다가오더니 내 핸드폰을 낚아채서 통화 화면을 한 번 훑어봤다.
“박윤성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했지?”
동시에 전화기 너머 박윤성의 목소리도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송지연, 너 지금 고인우랑 같이 있어?”
고인우는 비웃듯이 콧소리를 내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후 박윤성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고인우는 바로 그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해버렸다.
그러고는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거야?”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
“나는 그냥 네 동생을 빨리 구하고 싶었을 뿐이야. 박윤성만큼 좋은 방법이 있긴 해? 조민서는 박윤성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니까 우린 이걸 약점으로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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