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수영장에서의 일 이후로는 이런 일에 별 감흥이 없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조차 조민서를 망설임 없이 구했던 그인데 이런 사소한 일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냉소를 흘렸다.
“그 여자가 회사에 있다고 해서 내가 못 갈 이유라도 있나요?”
오늘은 무조건 찾아갈 것이다.
가서 그녀를 마주해야 한다.
나야말로 엄연한 박윤성 와이프인데 왜 내연녀를 피해 다녀야 하는 걸까?
나는 더 이상 25살의 비굴했던 송지연이 아니다.
차라리 조민서가 박윤성과 무슨 일이라도 저질렀으면 좋겠다.
현장을 덮쳐서 이혼하면 그만이니까.
...
가는 길에서 주성현은 아무 말 없이 운전하며 백미러로 나를 계속 쳐다봤다.
비록 예의 바르게 행동했지만 얼굴에는 ‘역시나’ 하는 경멸이 가득했다.
나는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할 말 있으면 해요!”
주성현은 역시 내게 할 말이 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핸들을 돌렸다.
“사모님, 대표님 지금 정말 바쁘세요. 계속 이런 식으로 소란을 피운다면 두 분 사이만 되레 더 멀어질 뿐이에요...”
이건 꼭 마치 말 안 듣는 부하 직원을 타이르는 듯한 말투였다.
비서조차 나를 무시하고 있으니 그동안 내가 박윤성 앞에서 얼마나 비굴했는지 짐작이 갔다.
“전에 자살 소동 때문에 대표님은 충분히 골치 아파 하세요. 사모님께서 민서 씨를 괴롭힐 때마다 대표님은 항상 사모님 뒷수습에 나서주셨어요.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라면 대표님도 민서 씨가 배려심이 깊다고 더 의지하게 될 겁니다. 지금은 아무 사이 아니지만 결국엔...”
나는 눈썹을 치키고 차갑게 말했다.
“그럼 그냥 이혼하면 되잖아요. 누가 말린대요?”
주성현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잔소리를 시작했다.
“대표님 여기 안 계세요. 홧김에 이런 말을 내뱉는다고 무슨 소용이겠어요? 수영장 일 때문에 대표님께 실망이 크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대표님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겁니다. 이혼을 언급한 건 홧김에 한 말이겠지만 그런 말은 한 번으로 족해요. 계속 곱씹는다면 결국 진짜 이혼하게 될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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