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918화

“친구?” 하준이 차갑게 웃었다. “시시때때로 지켜주고 전화 한 통이면 무조건 달려가고, 좀 늦으면 난동을 부리고, 백지안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고, 남은 평생을 백지안의 행복을 책임지는 그런 친구 말입니까?” 백지안이 다급히 해명하려고 했다. “아니, 나는 그런….” “대체 언제부터 사람이 이렇게 되었냐?” 하준이 짜증스러운 듯 말을 끊었다. “난 너랑 잠깐 사귀었던 것뿐이야. 지금까지 너랑 관계를 가진 것도 아니고 심지어 헤어질 때 너에게 그 많은 현금에 재산까지 나누어 주었잖아. 왜 이렇게 자살 소동까지 벌여가며 날 네 곁에 붙잡아 두려고 안달이야?” 하준은 이제 지쳤다. 평생을 백지안 하나만 책임지라는 듯한 분위기에 질려버렸다. 매번 백지안 때문에 여름에게 상처를 주는 데도 질렸다. 백지안은 하준의 날카로운 시선에 놀랐다. “오해야. 난 그냥… 내가 사는 게 너무 고달파서…. 준, 사랑해. 너에 대한 내 사랑은 한번도 변한 적이 없어.” “미안하지만 난 이제 널 사랑하지 않아.” 하준의 말은 너무나 단호하고 더없이 차가웠다. “그만하면 되지 않았나? 여름이는 나와 결혼을 했었고 나 때문에 아이도 잃었어. 하지만 이혼하면서 난 한 푼도 주지 않았어. 여름이에게는 이렇게 매정했던 내가 너에게 그 정도 했으면 할 도리는 충분히 다 한 거야. 심지어 네 쓸모없는 오빠를 죽어라 보호하고 돌보아 주었다고. 네가 내 병을 치료해 준 데 대한 빚은 이미 다 갚았어. 말해 봐. 내가 아직도 너에게 빚지고 있는 부분이 있나?” 백지안과 백윤택은 흠칫했다. 하준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데도 카리스마에 압도될 지경이었다. 한참 만에야 백지안이 고통스럽게 입을 열었다. “육민관 사건을 내가 벌였다고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니야? 난 그런 적이 없어. 맹세해….” “네가 계획한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아. 계속 너의 질척거림에 끌려다니다가 나는 평생 다른 사람하고는 결혼하지도 못하게 될 거야.” 하준의 눈빛에 짜증 섞인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했다. “너랑 헤어진 것은 곧 공식적으로 선언할 거야. 기자들이 쓸데없이 너와 나를 두고 왈가왈부하지 않도록. 지안아, 이쯤에서 끝내자. 앞으로 자살하고 싶으면 나에게는 전화하지 마. 지룡 멤버들도 이제 철수시킬 거야. 납치당하거든 백윤택에게 납치범을 찾으라고 해. 내가 평생 널 책임질 수는 없어.” 그러더니 하준은 휠체어를 돌렸다. 상혁은 바로 눈치채고 바로 휠체어를 밀고 나갔다. “아니, 준! 가지 마!” 백지안은 울면서 따라 나가 하준을 잡으려고 했지만 상혁에게 막혔다. “준, 나는 너 없이는 안 돼. 우리의 굳은 맹세를 잊었어?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어? 강여름 때문이야? 걔는 널 그렇게 사랑하지 않아.” 하준이 고개를 돌렸다. 눈물범벅이 된 백지안의 얼굴을 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하준의 눈앞에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상처받고 슬픈 얼굴을 한 여름의 모습이 떠오를 뿐이었다. 하준은 누군가가 심장을 쥐어짜는 것만 같았다. 처음으로 백지안에게 짜증을 느꼈다. “여름이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내가 사랑하니까 괜찮아. 하지만 너는 사랑하지 않아.” 하준은 분명하게 말하고는 그대로 상혁과 함께 자리를 떴다. 이제는 백지안을 지켜주면서 여름을 사랑하겠다는 자신의 욕심이 여름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주는 일이라는 점을 철저히 깨달았다. ‘여름이도 내가 너무 매정하다고 했었어. 기왕 그럴 거라면 철저히 매정해지자.’ 병실에 온통 백지안의 신경질적인 울음소리가 가득해지자 백윤택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제 끝장이야. 네가 툭하면 자살 소동을 벌여서 쟤들이 질렸다고 했잖아. 최하준이 나가떨어지면 우리는 이제 어떡해?” “닥쳐!” 백지안이 짜증스럽게 외쳤다. 눈에서 끝없이 원한이 솟아올랐다. ‘최하준, 어떻게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어?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널 위해서 내가 내 몸을 얼마나 망가트렸는데, 이제 와서 날 버리겠다니,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