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4화
“백지안은 절대로 당신이랑 헤어지지 않을 테니 그건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이제 최하준이 없어서 당신을 잡은 거니까. 헤어지자며 난리난리는 좀 쳐도 좀 달래주면 다 용서해 줄 걸. 아 참! 아마도 결국은 당신은 아무 죄가 없다며 봐줄 거야.”
그러더니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송영식은 그 말을 듣고 얼떨떨한 채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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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는 시큰거리는 다리를 끌고 호텔을 나섰다. 여름이 전화를 걸어왔다.
“어우~ 이 언니, 아주 끝내 줘.”
여름이 존경스럽다 듯 말을 꺼냈다.
“대대적으로 백지안에게 청혼을 한 다음 날 송영식을 데리고 자버리다니? 백지안에게 복수한다고 너무 신하게 하는 거 아니니? 너희 지금 완전 실검 1위야. 아주 온나라에 너희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어.”
“아, 시끄러!”
윤서는 울고 싶었다.
“나도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거든. 어제 너무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겼다고. 내 첫 경험을 그 똥멍청이한테 뺏겨서 지금 완전 열 받아!”
“아무래도 너 당한 것 같다.”
여름이 진지하게 말했다
“빨리 사후 피임약 처방 받아.”
“아, 그러네.”
윤서는 얼른 근처의 산부인과로 향했다. 그 처방전을 들고 약방으로 갔다. 약사가 처방전을 들고 약을 찾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약사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전화를 끊더니 윤서에게 말했다.
“약이 저 안에 있어서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러고 들어가더니 약사는 피임약을 비타민으로 바꾸었다.
윤서는 계산을 하고 약을 먹었다.
이때 길 가에 송근영의 차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윤서가 떠나자 송근영은 송우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약방에 얘기해서 약을 바꿔치기 했습니다.”
“그래그래, 아주 잘 했다. 윤서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우리 집으로 들어오면 아주 잘 해주도록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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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백지안은 뉴스에서 윤서와 송영식의 사진을 보고 바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명 어젯밤 송근영이 송영식을 데려갔는데 어째서 임윤서랑 같이 있다 사진을 찍힌 거지?”
백지안은 열이 뻗쳐서 바로 백윤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 어젯밤에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임윤서 해치우기로 했었잖아? 왜 걔가 영식이랑 한 방에서 발견돼?”
“나도 모르겠다.”
백윤택도 씩씩거렸다.
“어제 방 카드를 잊어버려서 임윤서를 복도에 앉혀놓고 카드를 찾으러 다녀왔더니 인간이 사라진 거야. 내가 걔 방까지 찾으려 가봤는데 아무데서도 안 보이더라고.”
“도대체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다니까!”
백지안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 수가 없었다. 어젯밤 송근영의 눈에 들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바보라도 이 모든 일의 설계자가 손근영일 거라는 생각은 할 수 있었다.
송영식을 어떻게 혼내줄까 고민을 하던 중에 TV에서 송윤구 쿠베라 회장의 기자회견이 있다는 알람이 떴다.
TV를 틀어보니 송윤구 회장이 자기집 임구에서 기자회견 중이었다.
기자: “어젯밤 아드님인 송영식 대표와 임윤 서 총감이 밤을 보냈다는 소식은 들으셨는지요?”
송윤구: “들었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임윤서 씨는 원래 우리 아들의 약혼녀입니다.”
기자: “네? 며칠 전에 송 대표가 백지안 씨에게 청혼을 하지 않았습니까? 백지안 씨가 약혼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