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3화
박진호에게 있어 18년은 절대 짧지 않았다. 그건 단순히 긴 시간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버티는 삶 그 자체였다. 그는 심민아가 이미 어린 시절 자신에게 한 약속도, 사파이어 목걸이도 모두 잊었을 거라고 믿었다.
“오빠...”
심민아가 먼저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눈가엔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너무 무서웠어. 내가... 오빠를 죽게 만든 건 아닐까... 그 생각만 계속 들었어. 혹시 내가 그날 괜히 고집부려서 같이 도망치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납치범들한테 잡히는 일도 없었을 텐데...”
박진호의 손은 허공에서 멈춘 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지켜보던 박진운의 표정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화도, 당황도 없이 그저 조용히 웃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무표정한 웃음이 더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불과 얼마 전, 박진운이 건넸던 경고의 말이 또렷이 귓가를 때렸다.
‘형이 그때 그 남자애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내가 심민아한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그러니까 그냥 입 다물고 있어.’
심장이 조여들 듯 아팠다. 그런 마음을 품은 채, 박진호는 자신을 안고 있는 심민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밀어내려 했던 손은 그녀의 울음 섞인 속삭임에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그날 이후 난 계속 자책했어. 네가 죽은 건 내 탓일지도 모른다고.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었어. 수없이 악몽을 꿨어. 그때처럼 널 구하려 했지만 꿈속에서도 너는 항상 내 곁을 떠났어. 정말 미칠 것 같았어... 하지만 지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너무 보고 싶었어.”
‘민아가... 울고 있다.’
그 눈물 앞에서 박진호의 마지막 이성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18년간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감정, 단단히 틀어막아 왔던 그 마음이 그녀의 눈물 한줄기에 허물어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심민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심스럽게 입맞춤으로 닦아냈다. 더 이상 부정하지 않았고 더는 밀어내고 싶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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