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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다음 날, 박태진은 아침 일찍 밥을 먹고 회사로 향했다. 자신이 떠나자마자 박은성도 집을 나섰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오전 10시쯤, 뒤늦게 녀석이 사라진 것을 알아차린 집사가 겁에 질려 급히 박태진에게 연락했다. “도련님, 큰일 났어요. 작은 도련님이 안 보입니다.” 한창 업무를 처리하던 박태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즉시 집으로 돌아갔다. “뭐죠? 아까만 해도 멀쩡하던 아이가 왜 갑자기 사라졌어요?” 상주하는 경호원이 CCTV를 확인하고 서둘러 와서 보고했다. “작은 도련님께서 보안 시스템을 해킹했어요. 그리고 뒤뜰 꽃밭에서 자그마한 구멍을 발견했는데 기어간 흔적이 있었죠. 어쩌면 그곳으로 빠져나갔을지도 몰라요.” 박태진은 아들의 능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집에서 납치당할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 스스로 도망갔을 가능성이 컸다. 어쨌거나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으니까. 박태진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이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집사에게 물었다. “구멍은 또 언제 뚫었대요? 지난번 거는 이미 막지 않았어요?” 집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조마조마하게 말했다. “며칠 전에 도우미가 커다란 스마트 로봇을 가지고 뒤뜰에서 놀고 있는 작은 도련님을 봤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때 뚫은 것 같아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박태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에 집을 나간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니? “구멍을 메우고 이참에 사람을 불러 뒤뜰의 벽을 보강하세요.” 이제 와서 따져도 소용이 없기에 정시훈에게 지시를 내렸다. “얼른 경호원을 풀어 녀석이 어디 있는지 알아봐.” “네.” 정시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작은 도련님은 나이는 어리지만 지능이 워낙 뛰어나고 추적 차단 방법까지 훤했다. 게다가 위치 추적도 이미 해킹해서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애를 먹을 듯싶었다. 그렇다고 꾸물거릴 수는 없었다. 상사에게 아들은 목숨과 같은 존재였다. 평소에는 투닥거릴지언정 녀석을 얼마나 아끼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칫 문제라도 생기면 모두가 곤경에 처할 게 뻔했다. 정시훈은 곧장 경호원을 대동해서 수색에 나섰다. 집안이 발칵 뒤집힌 사이, 박은성은 허소원의 집 앞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일부러 꽃다발까지 샀고 즐거운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어젯밤 잠을 설친 허소원은 밤새 꿈을 꾸었다. 꿈속에 박태진이 나타났고,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장면이 스쳐 지나가더니 차가운 표정으로 남편과 자식을 버렸다고 윽박지르는 얼굴이 떠올랐다. 어수선한 꿈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아침에 늦게 일어났고, 초인종 소리에 겨우 깨어났다. “누구세요?” 그녀는 비몽사몽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 일 때문에 찾아온 사람인 줄 알았는데 어제 병원에서 만난 꼬맹이를 마주하게 되리라 상상도 못 했다. 허소원은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쨌거나 박태진의 아들이지 않은가? 그녀의 주소를 벌써 알아내다니? 허소원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녀석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박은성은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비록 잠옷 차림에 얼굴도 씻지 않고 머리카락마저 부스스했지만 미모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 이내 반갑게 인사하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쁜 이모, 또 만났네요. 이모를 위해 특별히 고른 꽃이에요. 선물로 드릴게요.” 허소원은 눈앞의 화사한 꽃다발을 내려다보며 착잡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긴 왜 왔어? 혼자야? 우리 집은 어떻게 안 거야?” 박은성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제가 알아봤죠. 이모가 좋아서 잠도 설칠 지경이에요. 혹시... 귀찮게 해드렸나요?” 녀석은 나이가 어려도 눈치는 빨랐기에 허소원이 그를 보자마자 딱히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허소원은 무슨 심정으로 녀석을 대해야 할지 몰랐다. 어쨌거나 박태진과 허지유의 아들이지 않은가? 따라서 꼬맹이를 발견하는 순간 기쁨보다는 놀라움이 더 컸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어른들의 원한이 아이와 무슨 상관인가? 하물며 그녀도 딸은 가진 엄마인데. 이렇게 어리고 사랑스럽고, 심지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는 꼬마를 도무지 미워할 수 없었다. 허소원은 마지못해 꽃을 건네받고 말했다. “아니야, 선물 고마워. 방금 네가 직접 알아봤다고 했는데 사실이야?” 이것만큼은 쉽사리 믿음이 안 갔다. 똑똑한 아이는 많이 봤지만 이토록 재능이 있는 건 흔치 않았다. 박은성은 꽃을 가져가는 그녀를 보자 기쁜 마음에 활짝 웃었다. 이내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대로 술술 털어놓았다. “네! 병원 CCTV를 해킹해서 이모 차량 번호를 알아냈죠. 그리고 경로를 추적해 보니 최종 목적지가 이곳이더라고요. 하지만 무작정 찾아왔다가 예쁜 이모가 몇 호에 사는지 몰라서 경비원 할아버지한테 여쭤봤죠. 그랬더니 금방 알려주던데요? 엄청 친절하시네요!” 허소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박태진의 아들은 지능마저 뛰어난 듯싶었다. 이제 고작 5살인데... 물론 가은도 지능 하면 뒤처지지 않았다. 박태진의 유전자가 대단하다는 것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잠깐 딴생각에 빠진 허소원은 문득 깨달은 점이 있었다. 꼬맹이마저 찾아올 정도라면 박태진도 가능하다는 뜻이지 않은가? 이참에 사람을 찾아 병원 CCTV를 해킹하지 못하게 막아야 할 것 같았다. 허소원은 즉시 실행에 옮겼고 휴대폰을 꺼내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 나서 다시 녀석한테 물었다.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야? 만약 병 치료 때문이라면 진짜 안 돼. 시간도 애매하고...” 그녀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어젯밤 박태진을 마주친 결과 건강해서 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최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없었다. 박은성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요. 치료를 억지로 부탁할 생각은 없어요. 단지 이모가 보고 싶어서... 저랑 친구가 되어주면 안 돼요? 이모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이에요. 제발요!” 앙증맞고 조심스러운 말투는 귀여우면서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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