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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허소원은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며 마치 심장이 잡아 뜯기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바로 울어버린다고?’ 그녀는 아이의 눈물에 약했다. 집에서 가은이가 울면 마음이 약해졌는데 이 아이 앞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허소원은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이모가 진짜로 일이 있어서 그래. 대신 이렇게 하자. 내 연락처를 줄게. 시간 날 때 나한테 연락해, 어때?” “진짜예요?” 박은성은 여전히 눈가가 붉었지만 이제는 울음을 그쳤다. 그의 반짝이는 눈빛에는 놀라움이 묻어났다. 박은성의 표정이 가은이와 너무 닮은 것을 본 그녀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당연히 진짜지. 이모는 거짓말 안 해.” “좋아요!” 박은성은 금세 기운을 차렸다. 그는 다시 밥 먹을 의욕까지 되찾았다. 허소원은 그런 아이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식사 후, 그녀는 자신의 연락처를 아이에게 건넸다. “이게 이모 번호야. 카톡도 추가할 수 있어. 집에 가면 착하게 말 잘 듣고 다시는 몰래 집 나가면 안 돼. 밖은 아주 위험하단다, 알았지?” “네, 알겠어요!” 박은성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허소원은 임정만에게 당부했다. “아저씨, 이 아이를 집에 좀 데려다주세요.” “네, 아가씨.” 박은성을 차에 태워 떠나보낸 후, 허소원도 택시를 잡아 의료 연구소로 향했다. 박태진과 정시훈은 이미 연구소에 도착해있었다. 그들은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여전히 박은성을 찾고 있었다. 오후 두 시쯤, 집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작은 도련님이 돌아왔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박태진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나요?” 집사는 기쁨에 겨워 말했다. “아니요, 도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아주 멀쩡합니다.” ‘괜찮다니 다행이네.’ 그제야 박태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요. 돌아가서 다시 얘기하죠. 또 도망가지 못하게 잘 지켜보세요.”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에야 박태진은 비로소 정시훈에게 물었다. “그 명의는 도착했어?” 정시훈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곧 도착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시면 저희 사람이 바로 모시고 들어올 겁니다.” “그래.” 박태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각, 마침 허소원이 연구소에 도착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무의식적으로 연구소 건물을 살펴보았다. 건물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그녀의 회사에서 운영하는 전문 연구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게다가 입구엔 경호원까지 배치되어 있어 보안이 철저했다. ‘이 환자 보통 인물은 아닌 듯한데.’ 그렇게 생각하며 허소원은 경호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안녕하세요. 진료 의뢰를 받고 온 의사입니다. 혹시 정 선생님 계신가요?” 경호원은 즉시 예의를 갖춰 말했다. “네, 혹시 맨디 선생님이십니까? 저희 도련님께서는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허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2분쯤 지나자 그들은 연구소 내부의 진료실 앞에 도착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경호원은 말한 뒤 문을 두드렸다. 곧이어 문이 열렸다. 허소원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안을 들여다봤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젊고 단정한 얼굴의 남자였다.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나와서 물었다. “혹시 맨디 선생님이 오신 건가요?” 순간, 허소원의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이 떠올랐다. 왜냐하면 그녀는 첫눈에 그를 알아봤기 때문이다. 문을 연 사람은 바로 박태진의 비서 정시훈이었다. 허소원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정시훈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잠깐만.’ 허소원은 어제 병원에서 만난 박은성과 병원장에게서 받은 의뢰를 떠올렸다. ‘설마 내가 맡은 환자가 박태진이었던 거야?’ 그녀가 머릿속으로 정리할 새도 없이 곧바로 진료실 안의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곧은 자세에 또렷한 이목구비, 오똑한 콧날 위엔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양쪽 귀 옆엔 금색 안경 체인이 늘어져 있었다. 흰 셔츠에 검정 슬랙스를 입은 모습은 깔끔하면서도 고귀한 기품이 흘렀다. ‘이 사람, 박태진이 아니면 누구겠어?’ 그 순간, 허소원은 머리털이 쭈뼛 설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얼른 돌아서서 나가자!’ 허소원은 병원장에게 환자의 신분을 묻는 것을 깜빡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보통이라면 절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어제 병원에서 오직 박태진을 피하는 데만 온 신경을 쏟느라 그 부분을 깜빡하고 말았다. 지금 그녀는 후회가 밀려들었고 정시훈이 자기를 알아보기 전에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 마스크를 쓰고 머리를 질끈 묶은 데다 일부러 나이 들어 보이게 촌스러운 옷차림까지 했지만 그런데도 박태진이 그녀를 못 알아볼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허소원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돌아서기도 전에 이미 뒤에서 정시훈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혹시 맨디 선생님이십니까?” 정시훈은 한껏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며 그녀의 유일한 퇴로를 가로막았다. “안녕하세요! 제가 바로 연락드렸던 그 사람입니다. 제 이름은 정시훈이에요. 맨디 선생님께서 이렇게 직접 와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도련님께서는 아까부터 기다리고 계셨어요. 아무쪼록 이번 진료, 잘 부탁드립니다.” 정시훈은 말을 이어가며 그녀를 안으로 안내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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