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화
정시훈은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회장님과 사모님... 언제 돌아오신 거지?’
아무래도 오늘 아침 주주총회에서 박태진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는 소식이 벌써 전해진 모양이었다.
정시훈은 황급히 다가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사모님. 오셨습니까.”
그보다 한발 먼저 박은성이 눈을 반짝이며 뛰어갔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떻게 오셨어요?”
하지만 그들 곁에 서 있던 허지유는 마치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처럼 철저히 외면당했다.
박정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손자를 안아 올리며 물었다.
“은성이는 잘 지냈어? 네 아빠 보러 왔다. 지금 어디 있니?”
송연희는 곁에서 다그치듯 물었다.
“태진이 다쳤다며? 오늘 회의엔 휠체어 타고 나왔다던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멀쩡하던 애가 왜 갑자기 다친 거냐고.”
걱정이 깔린 목소리였지만 그 안엔 분명한 추궁의 기색도 묻어 있었다.
허지유 역시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
“정 비서님, 태진 오빠는요?”
정시훈은 어느 정도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회의가 끝나면 부모님에게 자신의 상태가 알려질 거라며 박태진이 굳이 숨기지 말라고 미리 말해둔 상태였다.
정시훈은 차분하게 말했다.
“회장님, 사모님, 안으로 들어가세요. 앉으신 다음 차근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는 두 사람을 조용히 안으로 안내했다.
박정훈은 손자 은성을 품에 안은 채 소파에 앉았고 곧 정시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정시훈은 머뭇거림 없이 박태진의 상태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뭐라고?”
송연희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눈이 안 보인다고? 그렇게 중요한 걸 이제야 말하는 게 말이 돼?”
박정훈은 아내처럼 격하게 반응하진 않았지만 얼굴이 단단히 굳어졌다.
“태진이는 지금 어디 있나?”
박은성은 두 사람의 달라진 분위기에 놀라 급히 나섰다.
“할아버지,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는 지금 아주 잘하는 의사 선생님이 치료해 주고 있어요. 곧 괜찮아질 거예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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