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댓글 테러

한편,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한유라는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아까 그 아줌마 도대체 뭐야? 어른만 아니었으면 정말 때렸을 거야.” 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소은정은 싱긋 웃더니 말했다. “됐어. 그런 사람한테 왜 화를 내. 어차피 앞으로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이야기꽃을 피우며 집으로 돌아갔다. 기업 경영으로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소은호가 소파에 앉아 진지한 얼굴로 신문을 읽고 있었다. 별거 아닌 동작임에도 고급스러움이 배어 나오는 모습이었다. 3년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소은정은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은호에게 달려가며 바로 애교를 부렸다. “오빠, 드디어 집에 왔네. 저번에 병원까지 날 데리러 왔으면 좀 더 있다가 가지. 왜 바로 가버렸어?” 소은호는 여동생의 애교를 그대로 받아주었다. 방금 전까지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중요한 미팅이 있었어. 그래서 끝나자마자 바로 왔잖아. 자, 선물이야.” 소은호의 습관이었다. 출장이나 여행을 갔다 올 때면 항상 여동생에게 선물을 안기곤 했었다. 국내에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한정판 핸드백, 액세서리들, 전부 억대를 육박하는 고가의 물건들이었지만 하나뿐인 여동생을 위해서라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물론, 한유라도 함께 있다는 소식을 미리 듣고는 센스 있게 그녀에게도 샤넬 향수를 준비했다. 항상 털털하고 장난기 넘치는 한유라는 살짝 얼굴을 붉히더니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마워요.” 하지만 여동생에게 모든 시선을 빼앗긴 소은호는 한유라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3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그도 대충 들어 알고 있었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여동생이 그런 고초를 당하다니.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예리한 소은정은 어울리지 않게 수줍어하는 한유라의 표정을 의식하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오빠를 좋아하는 건가? 뭐야? 그럼 유라가 새 언니가 되는 거야?’ 소은정은 벌써 이런저런 상상을 시작했다. “은찬이는 해외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어서 한동안 못 돌아올 것 같고 은해도 해외에서 영화제 참석 중이라 며칠 뒤에야 돌아올 거야. 은정아, 내일부터 오빠랑 같이 회사로 가자.” 회사라는 말에 소은정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약속은 약속이니까 ...... 깊은 밤. “젠장!”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부스스 일어난 소은정의 귀에 한유라의 욕설이 비수처럼 꽂혔다. “너 인터넷 좀 봐봐. 곱게 이혼해 줬으면 감사합니다 할 것이지. 네가 그쪽 집안 물건을 훔쳤다고 폭로 글을 올렸어! 내일까지 돌려주면 신고는 안 하겠다는데? 지금 이 글 때문에 다들 난리야!” 심각한 상황에 잠이 확 깬 소은정은 바로 인터넷에 접속했다. 태한 그룹 전 며느리라는 키워드가 인기 검색어 리스트를 도배하고 있었다. 이 모든 사달의 출처는 태한 그룹에서 발표한 공문 때문이었다. 태한 그룹 대표 박수혁의 전 아내 소은정이 이혼을 당했고 위자료 획득에 실패하자 저택 금고의 귀중품을 훔쳤다는 내용이었다. “귀중품? 겨우 10억짜리 목걸이가 귀중품? 네가 뭐가 모자라서 그딴 걸 훔쳐!” 한유라는 소은정보다 더 흥분해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태한 그룹의 공문에 네티즌들은 소은정의 신상 공개 요청은 물론 그녀의 외모, 인격까지 모욕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소은정의 SNS 계정까지 찾아내 댓글 테러를 시작했다. 3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며 잠깐씩 행복을 느낄 때마다 업로드했던 내용이 욕설로 얼룩졌다. “흥, 행복한 척하기는. 가식적이야!” “저런 인성이니까 이혼을 당하는 거지, 쌤통이다!” “그냥 신고하세요. 이건 엄연히 절도 사건입니다...” 태한 그룹에서 잃어버렸다며 주장하는 목걸이는 그녀가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한 것이었다. 박수혁은 이를 금고에 보관해 두었고 딱히 비밀번호를 물은 적도, 알고 싶었던 적도 없었다. 하, 그냥 좋게 이혼하려고 했는데 끝까지 이렇게 막장으로 가려는 건가? 이제 도둑으로 몰아가려는 거야? 아직도 내가 바보같이 참고만 사는 소은정인 줄 알아? 소은정은 바로 소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은해 오빠 기획사 말이야. 사실 내 소유였지? 지금은 누가 관리하고 있어?” 한편, 역시 이 말도 안 되는 소식을 접한 소은호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대답했다. “도준호가 관리 중이야. 넌 신경 쓸 필요 없어. 알아서 처리하라고 내가 말할 테니까.” “아니, 오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소은정이 차갑게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나온 이상, 그녀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밤새 댓글 테러는 멈추지 않았고 소은정은 천하의 악녀가 되어 있었다. 아침 6시, 소은정은 자신의 SNS에 해명글과 함께 사진을 업로드했다. 모든 걸 마친 소은정은 어느새 밝은 하늘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미쳤지? 박수혁 그딴 남자를 좋아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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