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나연아, 너 마음에 두지 마. 저 자식은 너도 알잖아. 정말 네가 그 여우 같은 년에게 사과하길 원하는 게 아니야. 그냥 어젯밤에 방에서 쫓겨나서 체면 세우려고 그러는 거야!” 허미경은 온나연의 손을 잡고 여경민을 위해 변명했다. “내가 보기엔 너희 둘은 아직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어. 다만 마음속의 응어리가 내려가지 않아서 상대방이 먼저 머리를 숙이길 바라는 거야.” 방금 그녀는 옆에서 여경민과 온나연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둘이 팽팽하게 맞선 분위기가 물과 불처럼 상극이고 이혼하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화해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정말 상대방에게 마음이 없다면 아무런 감정도 없게 된다.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아직 마음속에 상대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 녀석 봐. 분명히 시간이 있지만 빨리 도망쳤잖아. 너와 헤어지기 싫어서 핑계를 대고 시간을 끄는 거야.” 허미경은 온나연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타일렀다. “내 말 들어. 희수를 위해서라도 그만해.” “어머님, 저를 말리지 마세요. 방금 들으셨죠? 희수는 제가 필요 없어요. 양수민을 원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차지해서 미움을 받지 않을래요.” 온나연의 기분이 불쾌한 것은 여경민의 어이없는 말에 화가 난 것도 있지만 희수의 태도가 그녀를 더욱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그녀가 원래 가장 걱정했던 딸은 그녀를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무슨 헛소리야. 그냥 철없이 한 소리야.” 허미경은 온나연을 힐끔 쳐다보았다. 철부지 아이에게 따지는 걸 보면 정말 아량이 없고 적합한 엄마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아직 울고 있는 여희수의 손을 잡고 유도적으로 물었다. “희수야, 세상에서 엄마가 최고로 좋지?” “네!” 여희수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세게 끄덕이면서 앳된 소리로 말했다. “엄마, 엄마, 사랑해요, 마미 알러뷰... 이런 노래가 있어요.” “그래, 희수는 제법 도리를 아는구나.” 허미경이 속으로 기뻐했다. 희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