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네. 그럼 누나는 왜 기분이 안 좋은 거예요?”
임창수는 술잔을 들고 무심하게 돌리며 궁금한 듯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기분이 안 좋은 건… 내가 늙었다고 느껴서야.”
온나연은 심호흡하고 억울한 듯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마치 억울한 강아지처럼 가엾게 말했다.
“이혼을 결심할 때가 되어서야 내가 정말 늙었다는 걸 깨달았어. 나는 젊었던 적도 없는데 벌써 늙어버렸어. 가장 슬픈 건 내 모든 청춘을 잘못된 사람에게 쏟아부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야. 내가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할 때는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 용기와 동기를 잃어버렸어.”
“늙었다고요?”
임창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온나연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누나는 늙은 게 아니라 성숙한 거예요. 소녀와 여성 사이 가장 빛날 수 있는 나이대예요.”
“창수야, 너는 말을 정말 예쁘게 하네. 네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져.”
온나연은 임창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져 턱을 괴고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그를 바라봤다.
그 순간 자신이 그렇게 늙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아직 설레고 기뻐할 수 있었다. 이전처럼 몸은 살아 있지만 마음이 죽어 있는 ‘살아있는 시체’ 같은 상태는 아니었다.
“오늘 오후 희수가 길을 잃었어. 나는 너무 무섭고 무력했어. 첫 번째로 떠오른 건 희수 아빠에게 전화하는 거였지. 왜냐하면 경민 씨는 늘 내 정신적 생활적 지주였으니까. 그런데 그때 전화를 받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아?”
온나연은 웃다가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애처롭게 임창수에게 물었다.
“그 내연녀?”
임창수의 표정도 온나연의 슬픔에 따라 가라앉았다. 그는 술을 한 모금 마셨다. 분명 달콤한 맛이었지만 지금은 씁쓸하게 느껴졌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름이 양수민이라고 했죠? 제가 가서 혼내줄까요?”
온나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는 양수민 씨를 미워하지 않고 심지어 내 남편도 미워하지 않아. 나는 단지 너무 힘들 뿐이야.”
“...”
임창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온나연과 함께 술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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