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온나연은 여경민과 눈을 마주쳤다. 그의 얼굴에는 여경민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그를 무서워하는 듯 보이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고 주눅 든 듯하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은 기색이었다. 오히려 ‘네가 무슨 상관이야’라는 태도로 당당했고 정말로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 보였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너와 같이 있는 사람이 또 누구야?” 여경민의 눈에는 위협적인 기색이 감돌았다. 그는 여자를 더 세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은 아직 이혼 도장을 찍지 않았어. 네가 무슨 짓을 하든 분수를 좀 지키는 게 좋을 거야. 내 한계를 시험하려고 하지 마.” “아,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모델 말인가요?” 온나연은 가볍게 웃으며 여경민의 굳어 있는 뺨을 톡톡 두드렸다. “나랑 같이 있으라고 내가 그 모델의 스폰서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요? 저는 당신에게서 배운 거잖아요. 당신은 연예계 신인 배우를 발굴하고 저는 나이트클럽 모델을 찾고. 따져 보면… 제가 당신보다 돈을 아끼는 셈이네요.” “온나연.” 여경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곧바로 온나연을 어깨에 번쩍 들어 올렸다. “왜 이래요? 경민 씨 당장 내려놔요. 비겁하게 굴지 마세요.” 온나연은 머리가 아래로 처진 채 정신이 혼미해졌다가도 번쩍 정신이 들며 소리쳤다. 두 손으로 남자의 허리를 두드리며 떼를 썼다. “빨리 내려놔요. 나 어지러워 죽겠어요.” “그것도 네가 자초한 거야.” 여경민은 조금도 불쌍히 여기지 않고 계속 온나연을 어깨에 들어 올리고 호텔 로비를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분노를 담아 그녀를 차에 밀어 넣으며 말했다. “내가 너를 너무 방종하게 놔뒀어. 그래서 네가 자꾸 선을 넘고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거야. 나랑 이혼하고 싶다고? 꿈도 꾸지 마. 절대 안 돼.” 그의 손가락은 주먹처럼 꽉 쥐어져 있었고 온몸이 떨렸다. 그렇게 모진 말을 내뱉은 뒤 그는 곧바로 엑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 차는 속도를 높이며 방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