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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장

이천후는 구태산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어디를 가도 실력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특히 은둔 문파에선 더욱 그랬다. 은무학궁의 경비원 한 명을 처치했는데 오히려 상대가 책임을 묻기는커녕 자신을 두둔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이 대사님, 귀빈실로 가시죠.” 구태산은 다시 한번 말했다. “그래요.” 이천후는 기세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손을 뒤로 짚고 당당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집행실 밖에는 구경꾼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대부분은 아까부터 지켜보던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은 이천후가 어떤 끔찍한 결말을 맞을지 궁금해 모인 것이다. “집행실에 들어가면 무사하지는 못할 거야. 죽지는 않아도 뼈가 부러지는 정도는 각오해야 할걸.” “구 장로님은 성격이 급해서 최소한 내공을 폐하고 팔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살인죄를 지은 이착은 아마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거야.” “헤헤, 저 놈도 참 간이 커. 은무학궁의 경비원을 죽이고 심지어 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한테까지 손을 대다니. 당해도 싸지.” “꼭 그렇진 않아. 이착은 나이도 어린데 실력이 어마어마하잖아. 분명 강력한 세력의 문파에 속한 천재 제자일 거야.” “그래도 은무학궁보다 더 대단한 배경이 있을까? 푸하하, 이착이 안 죽으면 내가 똥이라도 먹을게! 우리 한번 내기하자고...” 그런데 그 순간 똥을 먹겠다던 남자는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은무학궁의 구 장로가 앞장서서 이천후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천후는 손을 뒤로 짚고 여유롭게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천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보였을 뿐만 아니라 매우 극진한 대우를 받고 있었으며 구 장로의 태도에는 공경이 묻어나왔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이천후는 경매장이 위치한 3층에 올라가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은무학궁의 시녀가 건네준 찻잔을 받고 차를 한 모금 마셨는데 입안에 은은한 향이 퍼졌다. 곧 구태산은 은무학궁의 감정사를 불러왔다. 그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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