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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1장

호숫가엔 자줏빛 안개가 자욱했다. 조민희는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빙빙 감으며 알 수 없는 눈빛을 흘렸다. 하지만 바람에 살짝 들리는 치맛자락은 소녀다운 순수함을 머금고 있었다. “거짓말 아니에요. 지금 적산은 미쳐 날뛰는 개나 다름없어요. 우리만 보면 덥석 물려고 든다고요.” 이천후는 손바닥 안의 마른 나뭇잎을 비벼 부숴버렸고 가루가 손가락 사이로 우수수 떨어졌다. “앞으로 등천로는 피로 물들 거예요.” 그때 연붉은 비단이 그의 목덜미에 감겼고 달콤하고도 깊은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조민희는 발끝을 살짝 들어 그의 귀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 보리성태 하나 낳는 건 어때? 그 아이가 크면 등천로 위에서 감히 덤빌 자가 있을까?” 이천후는 목울대를 꿀꺽 넘기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아이가 자랄 때쯤이면 저희도 많이 늙겠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조민희의 소매가 바람을 가르며 휘날렸다. 그녀는 세 장쯤 거리 너머로 훌쩍 뛰어올라갔고 멀어지는 와중에 터뜨린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졌다. “나... 아이를 가졌어.” 그 말이 파문처럼 퍼져나간 순간 이천후의 눈동자가 확장되었다. 마치 만 길 하늘을 쪼개며 내리꽂는 천뢰를 본 듯 그의 정신은 강하게 흔들렸다. ‘진짜일까? 아니면 장난일까?’ ‘진짜라면 기뻐해야 하나, 걱정부터 해야 하나?’ 자식이 생겼다면야 당연히 경사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과연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을까. 태아를 지키는 것조차 만만치 않을 판이었다. “진짜예요?” 이천후는 화살처럼 튀어나가 그녀 앞에 섰다. 눈이 휘둥그레져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거짓말 같아?” 조민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허리를 가볍게 흔들었고 그 움직임에 치맛자락이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그녀는 타고난 유혹적인 기운을 지녔다. 하얀 뺨엔 은은한 광택이 떠 있었고 가느다란 목은 손을 살짝 대도 물방울이 떨어질 듯했다. 그러나 이천후는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이 여자는 도통 알 수가 없다. 열 마디 중 아홉 마디 반이 말장난이니까. 그는 머리를 쥐어뜯듯 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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