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96장

이천후의 시선이 연원영에게 머물자 그의 눈빛엔 저절로 애틋함과 따스한 기색이 서렸다. 그는 예전처럼 손을 뻗어 그녀의 매끈한 이마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칭찬이 섞인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영 씨, 정말 다 컸네요! 이젠 영동경까지 도달했다니, 정말 대단해요!”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이 어린 소녀는 수련이 뒤처져 있었고 자매 중에서도 재능이 가장 평범했다. 그런데 이제 이렇게 성장하다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되었고 이천후의 가슴속에도 잔잔한 감동과 자랑스러움이 밀려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다 민정 언니랑 유리 언니 덕분이에요.” 연원영은 이천후 옆에 살짝 기대어 부드럽지만 진심 어린 감사의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들은 항상 가장 좋은 수련 자원은 저에게 먼저 양보해 주었거든요. 그리고 운 좋게도 우리 셋이 함께 귀한 기연을 몇 번이나 만날 수 있었어요.” 그 말에 이천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옆에 조용히 서 있던 연유리에게로 옮겨졌다. 그녀는 예전에 제멋대로이고 말도 매서웠었는데 지금 그녀에게선 분명 예전과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자매 중에서도 수련 자질이 뛰어났던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몸 안에서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화령경 돌파가 눈앞일 만큼 강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눈빛엔 예전처럼 비판이나 냉소의 기색은 없었고 대신 복잡한 감정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수줍음이 얽혀 있었다. “이천후 씨.” 마침내 연유리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연원영처럼 맑진 않았지만 담담함을 애써 유지하려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용기를 짜내 이천후의 눈을 마주보았다. 정교한 달걀형 얼굴에 홍조가 번졌고 새하얀 피부 속에서 은은히 피어나는 붉은 기색은 그녀를 더욱 화사하게 물들였으며 그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이번에 우리가 비선성에 온 건 이천후 씨를 찾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오늘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꿈만 같아요...” “우리가 가장 절망하고 죽음을 직감했던 그 순간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