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06장

“피로 맺어진 인연이요?” 안연철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들은 듯 차디찬 웃음을 터뜨리며 민예담을 노려보았고 그의 눈빛은 얼음 송곳처럼 그녀를 꿰뚫고 들어갔다. “이 세상에 그런 친누이가 어디 있죠? 단지 마공을 수련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친자매처럼 따르던 따뜻하고 착한 나의 약혼녀를 한칼에 가슴을 꿰뚫고 머리까지 베어버리는 그런 자가 누이라고요?” 그는 목소리가 쉬었고 말끝마다 억누르지 못한 고통과 증오가 뼈에 사무치게 실려 있었다. “그게 만절이 말하는 성녀의 자비입니까?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죽여가며 자신의 무정한 도를 위한 디딤돌로 삼는 것이 만절의 ‘사랑’이라는 겁니까?” 안연철의 그 깊고 질식할 듯한 증오 앞에서 민예담은 물러서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 속에 스치는 감정은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짙어졌다. 그녀는 고요하게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그 비극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죄업이에요. 저도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안연철 씨에게 꼭 전하고 싶은 게 있어요. 안연철 씨의 누이는 누구보다 안연철 씨를 아꼈어요.” 민예담의 목소리는 마치 먼 기억 속으로 이끄는 듯 공허하면서도 선명하게 울려 퍼졌고 그녀는 천천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얼마 전 우리 일행이 귀허 비경에 고대 유물을 찾으러 들어갔을 때였어요. 내부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위험했는데 격전 중에 만절 성녀의 몸에 지니고 있던 한 자그마한 장신구가 충격에 튕겨 나가 그만 귀허의 균열 통로 공간 자체가 뒤틀리고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미지의 파멸로 향하는 그 틈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그곳은 법칙이 무너지고 혼란한 폭류가 뒤엉킨 절대 금지구역이에요. 성주급 고수라도 한발 잘못 들이면 끝장이죠. 그래서 우리는 모두 만절 성녀가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순간 만절 성녀는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나방처럼 몸을 날려 그 균열 속으로 몸을 던졌어요.” 민예담의 목소리에 그때를 떠올리는 듯한 긴장과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