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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9장

“이 자식...” 이천후의 시선이 마침내 아직도 바닥에 뻗어 있는 탁재환에게로 향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참담하면서도 묘하게 기괴한 그 몰골을 한참 바라보다가 속으로 살짝 의문을 품었다. 비록 서현지가 김치형에게 강제로 신통이 끊기긴 했지만 탁재환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장난감처럼 망가져 버린 진흙상처럼 똑바로 누운 채 텅 빈 눈동자로 잿빛 하늘만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그 영혼이 아직도 불광의 씻김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듯했다. 더 기괴한 건 온통 흙과 핏자국이 묻은 두 손이 여전히 합장 자세를 유지한 채 가슴께 모여 있었고 입술은 아주 미세하게 달싹이며 마치 속으로 참회의 구절을 읊조리는 듯했다. 온몸에서 절반 완성된 ‘신도’ 같은 멍한 기운이 풍겼다. “걱정하지 마. 안 죽어.” 김치형의 못마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어린 비구니의 도인경은 아직 수련이 덜 됐어. 완성 단계까지는 한참 멀었지. 사람을 당장 칼을 내려놓고 부처의 길로 들어서게 만드는 경지는 아직 수미산만큼의 거리가 있어.” 그는 코웃음을 치며 덧붙였다. “내가 빨리 끊어준 게 다행이야. 조금만 더 읊조리게 놔뒀다면 저 불광이 탁재환의 혼까지 완전히 물들였을 거야. 그럼 너희는 앞으로 매일 채식하고 불경만 외우는 재환 스님을 모시게 됐을 거야. 상상해 봐.” 그 말에 황촌의 사내들의 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한 장면이 그려졌다. 평소엔 욕설을 퍼붓고 칼을 들면 서슴없이 휘두르며 눈빛만 봐도 살기가 번뜩이는 탁재환이 윤기가 흐르는 대머리에 수수한 승복을 걸치고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표정으로 두 손을 합장한 채 과거 함께 닭을 훔치고 꾀를 부리던 동료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고해의 바다는 끝이 없습니다. 돌아서야만 건너갈 수 있지요...” “스읍!” 순간 모두가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장면은 너무 아름답고 동시에 너무 섬뜩했다. “형님, 제발 눈 좀 뜨세요! 사람들 겁주지 마세요!” “아미타불... 아니, 아니! 젠장, 하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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