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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7장

이천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속으로 불만을 삼켰다. 그러고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약속하지요!” “받아요.” 얼음처럼 차가운 원희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끊어냈다. 그녀가 가녀린 손을 뒤집자 검푸른 빛을 머금은 낯선 보물이 손바닥 위에 떠올랐는데 그것은 금도 옥도 아닌 묘한 재질에 고대 문양이 새겨진 작은 바리때였다. 이것은 예전에 시천마군이 썼던 그것과 똑같았다. 오직 선양성수를 담기 위해 만들어진 이세계의 그릇이다. 원희는 이천후를 쳐다보지도 않고 마치 손에 묻은 먼지를 털 듯 무심히 던져주었다. 이천후는 급히 받아 안았다. 묵직한 무게가 손끝에 전해졌고 안쪽에 별도의 공간이 깃들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놀란 그는 곧장 물었다. “원희 성녀님, 성수를 전부 제게 넘기시는 겁니까? 성녀님 자신을 위해 조금 남겨두셔야 하는 건 아닌지요?” 그제야 원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무지몽매한 바보를 내려다보는 듯했고 드러내놓고 비웃는 기색이 가득했다. “이 물건은 저에겐 도움이 안 돼요. 조상의 유산이라 하나 정작 쓸모는 알지 못하거든요. 그쪽에게 넘긴 것은 그나마 잘 쓰기를 바라는 뜻일 뿐이에요. 제발 돼지 목에 진주가 되는 꼴은 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그녀의 말 한 마디는 얼음창고에서 꺼낸 듯 차갑게 울렸다. 말을 마친 뒤 원희는 다시는 이천후를 보지 않았고 천기 성수에게만 짧게 예를 갖춘 후 푸른 치맛자락을 휙 휘돌리며 뒤돌아 떠났다. 그 뒷모습은 단호했고 차가웠다. 잠시 뒤 민예담이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왔는데 그녀의 목소리 또한 냉랭했다. “따라오시지요.” 그녀가 앞장서자 이천후는 여러 전각과 누각을 지나 성지의 서원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발걸음이 멈춘 곳은 기운이 유난히 농밀하게 모여든 약전이었다. 저번에 보았던 곳과는 많이 달랐다. 기존의 약포만이 아니라 옆에 새로 개간된 거대한 구역이 있었고 그곳에 백여 그루의 과목이 일제히 자라고 있었다. 선홍빛 잎은 피빛 옥처럼 투명했고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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