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07장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변에서 은은한 웃음소리가 파도처럼 번져갔다. 성녀들의 고운 눈동자가 서로를 오가며 반짝였고 그 속에 이해와 묘한 공감이 스쳤다. 성지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절세의 인재라면 반드시 사위로 묶어야 했다.
만약 이천후가 천로를 떠난 뒤에도 잡아두지 못한다면 분노한 성주가 성수를 두 손으로 목 졸라 죽이고도 남으리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흥!”
순간 공기를 얼어붙게 하는 냉혹한 콧소리가 그 화사한 분위기를 가르듯 터져 나왔다. 셋째 성녀 만절의 얼굴에 한겨울 서리 같은 냉기가 드리웠고 이천후를 향한 시선은 노골적인 혐오와 배척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불결한 마태를 바라보듯 그녀의 눈빛은 추호의 가림조차 없었다.
만절의 마음속에서 이천후는 출신 불명에다가 수법조차 기이한 불길한 자, 결코 천기 성녀의 명예를 더럽힐 자격조차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이 곁에 앉은 천기 성수의 옆얼굴에 닿는 순간 모든 분노와 멸시는 겨우 목구멍 속에서 억눌린 냉음으로 바뀌어 삼켜질 수밖에 없었다.
성수가 내린 혼사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었다. 하다못해 만절 성녀 같은 오만한 존재조차 이 순간만큼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혼사라...”
이천후는 심호흡하며 가슴속에서 일렁이는 파도를 누르듯 마음을 다잡았다. 이 순간이 결국 오고야 말았다.
천기 성지의 바닥이 안 보이는 저력을 그는 이미 엿보았다. 단 한 번의 협력으로 그는 세계수의 세 배 성장을 얻었고 무려 서른일곱 개의 육문 혈과와 오백 개에 달하는 극품 오문 혈과까지 손에 넣었다.
이 하늘이 내린 복은 금빛 새끼 사자가 일찍이 말했던 ‘몇십 년 고생을 덜어준다’는 말을 뼛속 깊이 실감케 했다.
더구나 천기 성지의 사위라는 신분 자체가 수련의 역사에서 만고에 빛나는 영예였다. 수많은 천재들이 꿈꾸며 탐내면서도 결코 얻을 수 없던 자리였던 것이다.
“성수님, 어느 성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천후는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물었다.
천기 성수는 가녀린 손가락으로 살짝 허공을 가리키며 이름 하나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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