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31장

두 사람은 오래도록 가슴속의 파동을 진정시키며 마주 앉아 있었으나 그 사이의 공기는 이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층 가까워지고 은밀하게 물들어 있었다. “제 마음속에 아직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천후가 원슬미를 바라보며 미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성녀님을 흠모하는 이들은 강을 건너는 물고기처럼 수없이 많지 않습니까? 그 가운데는 모씨 가문의 신왕 같은 존재도 있고 이름만 들어도 세상을 뒤흔드는 절세의 천교들도 있겠죠. 그런데 왜 그 많은 이들 중에서 저를 선택한 겁니까?” 원슬미는 눈길을 가볍게 흘리며 여인 특유의 교태 어린 투정 같은 어조로 답했다. “그냥 그 사람들 모두가 천후 님만은 못하다고 느꼈어요. 이유라면 그뿐이에요.” “하지만...” 이천후는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히 털어놓았다. “저는 이미 여러 여인을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제 마음이 오직 성녀님 한 사람만 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성녀님의 유일한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그 말을 들은 원슬미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실망이나 놀람이라기보다 오히려 속세의 여인과는 다른 투명하고 너른 도량이 그 눈빛에 어렸다. “지존 대제라면 후궁 삼천 명도 예사인 법이지요. 하물며 속세의 황제나 제후라 하여도 아름다운 이들이 주위를 둘러싸곤 하지 않나요? 전 이 길을 선택했고 하늘을 뛰어넘어 구천에 군림할 운명을 가진 진룡 같은 천후 님을 마음에 품었는데 어찌 제가 오직 하나뿐인 존재가 되길 바랄 수 있겠어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창밖의 아득한 허공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덧붙였다. “게다가... 어쩌면 저 역시 천후 님의 유일한 사람이 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저는 더 큰 짐을 짊어지고 있어요. 제 어깨에는 온 원씨 가문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답니다. 제가 충분히 강해지지 못하고 충분히 빼어나지 못하며 천기 성지에서 발 디딜 자리를 굳히지 못한다면 저의 가족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멸족의 재앙을 맞게 될 거예요.” “성녀라는 존위는 수많은 눈빛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