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4장

진가영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시선이 이천후에게 닿자 마치 헛소리를 하는 바보를 보는 듯했다. ‘이 녀석, 말하는 건 왜 이렇게 거창하지? 실력도 없으면서 허풍이나 떨고 말이야. 진짜 딱 질색이네.’ “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진가영?” 이천후는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 “하...” 진가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천후처럼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을 보니 왠지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내 팔자야. 원래는 나도 이엘 엔터테인먼트랑 계약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이사회에서 내 계약을 취소해 버렸어.” “나를 연예인 만들겠다고 우리 집에서 돈을 다 써버렸거든. 이제 나도 너처럼 거의 빈털터리가 됐어.” 진가영은 하얀 다리를 슬쩍 들어 올리며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천후는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진가영의 계약을 취소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걸 그녀는 모르는 것 같았다. 이건 그녀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방혜윤의 얼굴에 난 여드름 때문에 진가영은 그녀의 이모에게 부탁해 방혜윤이 다니는 회사와의 계약을 끊게 했었다. “그래도 내가 우리 이모를 통해 이엘 엔터테인먼트 고위층 중 한 명인 진상욱 비서님을 알게 됐거든. 방금 너도 봤지? 아까 그 사람은 이사장님 비서인데 신인 계약은 전적으로 이사장님이 관리하시거든.” “아까 그 사람이 나를 이사장님에게 추천만 해준다면 나도 이엘 엔터테인먼트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 텐데...” 진가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구나.” 이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아까 진가영이 진상욱에게 온갖 애교를 부리며 아양을 떨었던 거였구나.’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천후는 감정이 복잡해졌다. 진가영은 허영심이 너무 강했고 돈에 쉽게 휘둘리는 여자였다. 설령 연예계에 다시 들어간다 해도 결국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누군가의 놀잇감으로 전락할 게 뻔했다. “이착, 나 진짜 요즘 재수도 없고 팔자도 사나워. 이엘 엔터테인먼트에서 겨우 인맥 만들어 놨더니 방금 그 사람도 회사에서 잘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