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여기 오면 웬만한 건 다 살 수 있어. 굳이 챙겨 올 만큼 중요한 것도 없었고, 그냥 와서 사면 된다고 생각했어.”
소이정이 담담하게 말하자, 박연서는 곧바로 부러운 눈빛을 보였다.
“진짜 현명하다. 나는 엄마가 이것저것 다 챙겨 넣어서 그대로 들고 왔거든. 여기서 다 쓸 거라길래... 그런데 오다가 캐리어 끄느라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입으로는 투덜댔지만 들뜬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소이정의 부모는 정략결혼으로 묶인 사이였고 성격이 맞지 않아 늘 싸우기만 했다.
그녀에게 따뜻함은 애초에 허락되지 않은 것이었다.
소이정은 부모의 사랑을 거의 느끼지 못했고 이혼 후에는 서로 떠넘기고 싶은 짐이 되었다.
박연서가 행복한 고민을 늘어놓자, 소이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사랑받으니까 그런 고민도 생기는 거야.”
짐을 정리한 두 사람은 캠퍼스를 함께 둘러봤고, 종일 움직이느라 지친 소이정은 해가 질 무렵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 날, 북성대학교의 정식 개강 날.
소이정은 일찍 일어나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둘 누구야? 신입생 등록할 때 못 봤는데?”
“네가 다 봤을 순 없지. 근데 진짜 잘생겼다... 말도 없는 거 보니까 이번 신입생 맞나 봐.”
“도대체 누구 기다리는 거야? 저 둘이 한 사람을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고??”
수군거림에 귀가 쏠린 소이정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
얼마나 잘생겼길래 이 정도 반응인지, 괜히 궁금해졌다.
사람들 흐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다, 예상 밖의 두 얼굴을 마주쳤다.
심유찬과 임세윤.
두 사람은 캠퍼스 길가에서 인파를 훑고 있었고, 계단을 내려오는 소이정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이정아!”
한목소리로 부르는 바람에 주변 시선이 모두 쏠렸다.
두 사람은 성큼성큼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소이정은 즉시 발걸음을 틀어 자연스럽게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걷던 속도는 곧 빨라져 거의 뛰는 수준이 되었고, 그 순간 손목을 잡아당기는 힘이 느껴져 멈출 수밖에 없었다.
뒤를 내려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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